엄마가 치매가 걸리고 난 뒤 비로소 엄마가 아닌 한 사람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 ‘백화’. 잃어가는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진행되는 서사는 자못 흥미롭다. 차츰차츰 무너지는 엄마를 바라보며 이별을 예감하는 이는 뒤늦게 엄마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산세바스티안 국제영화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영화 ‘백화’의 원작 소설이 발간됐다. 책명은 동명 ‘백화’. 원작 저자인 가와무라 겐키는 영화 ‘늑대아이’, ‘너의 이름은’ 등의 히트작을 제작했다. 또한 저자는 데뷔작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영화 ‘백화’는 봉준호와 니콜 키드먼, 이와이 슌지가 추천을 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소설 ‘백화’는 알츠하이머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 엄마를 간병하며 잊었던 추억을 되살리는 아들의 이야기다. 엄마와 아들의 기억에는 왜곡된 부분도 있고 감동스러운 부분도 있다.
소설은 치매 증세가 심해지며 혼란스러워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을 통해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 기저에 흐르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기 전까지는 부모 특히 엄마의 존재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한 인간으로서 살아온 엄마’도 엄마의 일부라는 사실을 말이다.
소설 속 아들도 마찬가지다. 태어나서 봐온 엄마 모습만 엄마의 전부로 착각했다. 엄마와의 추억조차 제 입맛대로 덧씌워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을 통해 저자는 인간을 구성하는 것은 ‘몸’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것을 일깨운다.
<소미디어·1만5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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