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우리에게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주체적이고 욕망에 집중하며 살라고 권한다. 개인의 행복과 국가의 미래가 주체적이고 욕망하는 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말한다. “원하는 것이 뚜렷할 때, 삶은 별처럼 빛난다”고.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인 그는 사단법인 ‘새말새몸짓’ 이사장, ‘새말새몸짓’ 기본학교 교장이기도 하다. 이전에는 건명원(建明苑) 초대 원장을 역임했다.
평생 노장철학을 연구해온 최진석 교수가 자신의 철학적 출발점인 ‘나’와 ‘가족’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사실 철학하면 딱딱하고 논리적인 글이 연상된다. 그러나 이번 책 ‘노자와 장자에 기대어’는 철학자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단상으로 채어져 있어 색다른 글맛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인 이야기와 에피소드가 사유와 접목돼 있어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지난 2020년 회갑 날 즈음, 최 교수는 자신의 탯자리를 방문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그의 고향은 함평이지만 탯자리는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장병도(長柄島)라는 섬이다. ‘긴 자루’라는 뜻의 섬은 ‘장병’처럼 길게 누워 있는 형국이다. 행정구역상 하의면 후광리에 속한다.(김대중 대통령의 호 후광(後廣)은 후광리라는 지명을 딴 것이다)
최 교수 부친은 장병도라는 섬 지명을 따서 아들 이름을 지었다.(당시 부친은 시골 초등학교 교사였다.) ‘진절’이라는 이름인데, 전라도 식 발음이 ‘진 자리’였을 것이며 후일 ‘진절’로 굳어졌을 거라는 얘기다. 그렇게 ‘최진절’은 네 살까지 섬에서 살다가 부모를 따라 함평으로 오게 된다.
그러나 부친은 함평에 와서 아들 이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절머리 난다’는 표현이 연상돼 불편한 상황이 자주 연출됐다. 부친은 손불면 사무소에서 ‘절’()을 ‘석’(晳)으로 바꾸는 모험을 감행한다. ‘재’(才) 변에 한 획을 첨가해 ‘목’(木)으로 고쳐 ‘진석’이라는 이름으로 개명한 것.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러 자신이 태어난 신안의 섬을 찾은 날, 저자는 ‘진절’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마을의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게 된다. 아버지의 초등학교 제자인 할머니는 기억에도 없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책에는 그동안 꺼낸 적 없는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를 비롯해 큰누나와의 이별까지 인간적인 고백이 담겨 있다.
특히 저자는 평생을 통해 ‘죽음’을 사유했는데, 고교 1학년 때 본 별똥별이 계기였다. 시골집 마당에서 별똥별이 사리지는 모습을 본 것이다. 당시 그는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했다. “나는 별의 특징이 두 가지라 생각한다. 한 가지는 먼 곳에 있으며 이곳에 있지 않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반짝반짝 빛나며 별똥별과 달리 오랫동안 머무른다. 그때 고 1이었던 나는 ‘영원한 것’에 대해 생각했다.”
큰누나의 죽음을 통해서도 그는 삶과 죽음을 깊이 생각했다. 삶에 대한 통찰이 그러한 죽음을 매개로 발현된 것이다. 다시 말해 죽음으로 향하되 영원과 절대 자유를 꿈꾸었다. 물론 노장철학의 무위자연과 곤(鯤)이 대붕(大鵬)이 되는 적후지공(積厚之功)의 경지를 살아가기 위해선 자기 성찰과 노력이 전제돼야 하는 것도 이후 인식하게 된다.
‘나’라는 존재에서 출발한 저자의 철학은 사회와 국가로 전이된다. 그는 우리나라가 선진국 이론과 시스템을 따라 가느라 사회 문제를 개인적 일로 치환하고 문제 해결에 치열함이 부족했다고 진단한다. 철학자의 철학적 방법론과 사유의 높이 그 자체를 배워야 한다는 논리다.
아울러 저자는 ‘낯설게 보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거의 모든 철학서에 ‘철학은 경이에서 출발한다’라고 쓰여 있다. 그 말은 철학은 낯설게 하기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낯설게 보는 ‘호기심’이라는 불꽃이 피어날 때 인간은 비로소 세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철학적 사유의 시작은 세계를 주체적으로 다루는 전략의 수립으로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북루덴스·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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