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서원 36곳에 깃든 찬란한 선비정신
서원(書院)은 16세기 중반부터 17세기까지 지방에 건립된 사설 교육기관이다. 제향을 봉행하고 학파의 결집을 도모하는 성리학적 이념을 전승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삶인지를 가르쳤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제향자의 정신이 구현된 공간을 바탕으로 선현들의 삶과 학문을 배우고 익히며 이를 실천의 장으로 모색했다.
지난 2019년 한국의 서원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세계의 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사실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600여 개의 서원이 있다. 비록 장성 필암서원과 정읍 무성서원을 비롯해 모두 9곳이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됐지만, 그 밖의 서원도 문화적 관점에서 우수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남도에도 앞서 언급한 필암서원과 무성서원 외에도 많은 서원이 있다.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남도의 정신과 가치를 웅숭깊게 간직하고 있다.
남도 서원 36곳을 답사하고 쓴 책이 출간됐다. 광주 광산구 문화재활용 전문위원(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옥연 씨가 펴낸 ‘홍살문 옆 은행나무’는 서원이 간직한 선비정신을 담고 있다. 저자는 “갈수록 찾는 사람도 줄고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서원과 향교 그리고 정자와 같은 옛 공간들이 시민들이 찾고 싶은 ‘지혜의 공간’으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책은 도(道), 덕(德), 인(仁), 예(藝)로 대표되는 선비들의 정신이 응결된 서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조선 선비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던 회재 박광옥이 배향된 광주 벽진서원.
회재라는 호는 회산마을 자택 동북쪽 서실 두 칸을 지어 편액을 회재라 한 것에서 나왔다. 그는 왜란이 일어나자 김천일, 고경명 등과 함께 왜적 토벌에 나설 것을 결의하고 의병을 모집했지만 고령과 노환으로 참전이 어려워지자 사재를 털어 ‘의병도청’을 설치했다.
정암 조광조와 학포 양팽손을 배향한 화순 죽수서원은 ‘절현’(絶絃)을 보여준 두 선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기묘사화로 정암이 죽자 학포는 그의 시신을 거두고 매년 제사를 지낸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이들의 절개에서 남도의 의로운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보성 대계서원에서는 은봉 안방준의 삶과 학문을 만날 수 있다. 은봉은 말과 글이 아니라 삶과 실천을 중요시했는데 현실적 이해나 세속적 가치를 초월한다.
조선 중기 호남시단을 이끌었던 기봉 백광홍은 시와 부에 능해 조선왕조실록에는 송익필, 이산해 등과 당대를 대표하는 ‘조선팔문장’으로 기록돼 있다. 시문 중 국문으로 쓴 ‘관서별곡’이 유명하다. 장흥 기양사에는 백광홍을 비롯해 요절한 천재시인 백광훈 등이 배향돼 있다.
한편 이번 책은 한국학호남진흥원의 호남한국학 저술·국역 출판 지원을 받아 출간됐다.
<도서출판 사람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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