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매진 쌉가능 기획’, 역사공간에 어울리는 곡 노래·글 소개
적십자병원·전남대·양림동·고려인마을 등 9개 영상 올려
최고은·주하주·이형주·강숙향·우물 안 개구리 등 참여
광주는 역사의 ‘공간’들로 가득하다. 뜨거웠던 1980년 5월 참혹한 살육에 맞서 민주주의 가치를 외치던 전남대학교부터 일제 강점기 노동을 착취당한 전남방직 노동자들이 고단한 하루 일과를 풀어낸 발산마을까지 역사 속 다양한 공간들이 혼재돼 있다.
‘광주 어쿠스틱’은 이 모든 곳들을 다시 한번 광주의 ‘공간’으로 상기시킨다. 목사 임의진 감독을 비롯해 전남대 출신으로 이뤄진 ‘이매진 쌉가능 기획’은 영상 콘텐츠 ‘광주 어쿠스틱’을 기획·제작했다.
‘광주 어쿠스틱’ 이름의 뜻은 아날로그적 광주, 때 묻지 않은 광주를 노래하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기서 말하는 때묻음은 경쟁, 오디션 등 예술의 본질을 해치는 것들을 의미한다.
‘이매진 쌉가능 기획’은 무대 한번, 박수 한번에 막을 내리고 잊혀지는 공연들을 보며 더 오래, 더 널리 광주의 역사를 알리지 못한다는 갈증을 느꼈다. 그리고 이를 타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상으로 촬영해 유튜브에 업로드 하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신의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는 10대 여자아이와, 지하철 이동 중 무료하게 핸드폰을 뒤적이는 서울의 30대 남성과 이제 막 핸드폰을 배워 자판을 치고 있는 광주시 운암동의 60대 어르신에게 이르기까지 영상을 시청하는 모두에게 광주 역사의 공간에서 발생한 일과 담긴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매진 쌉가능 기획’은 역사와 기억을 간직한 광주의 장소를 섭외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가수, 밴드, 싱어송라이터를 앵글에 담는다. 이들이 제작한 영상은 유튜브 계정 ‘광주 어쿠스틱’에 업로드 된다. 이달 14일 업로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9개 영상이 올라와있다.
영상은 가장 먼저 장소를 비추고 의미하는 바, 현장에 담긴 역사를 화면 속 글로 소개한다. 이어 아티스트가 등장하고 장소에 어울리는 곡을 노래한다.
먼저 첫번째 영상에서는 가수 주하주가 적십자 병원에서 ‘오월의 노래2’를 노래한다. 통기타를 들고 의자에 앉아 노래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적십자 병원 외부의 무성한 넝쿨과 병원 내부의 멈춰버린 괘종 시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담겨있다.
두번째 영상에서는 광주 출신 아티스트 최고은이 ‘축제’와 ‘물좀주소’를 기타치며 노래한다. 최고은의 뒤로는 낮은 건물과 높이 솟은 아파트 사이 전남방직에 다니던 노동자들이 연탄을 사들고 계단을 오르던 발산마을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광주와 전남의 수많은 지성인을 길러낸 전남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상에는 윤상원과 박관현, 김남수, 박승희 열사가 걷던 ‘민주와 정의의 길’이 보인다. 이곳에서 가수 이형주는 네루다의 시 ‘그건 태어난다’와 ‘광주에 가면’을 잔잔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이어지는 영상에서는 오래된 고택, 시인, 화가, 가수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광주 예술의 장이자 광주 근대사의 현장인 남구 양림동을 조명한다. 이곳에 위치한 한희원 미술관을 배경으로 강숙향이 ‘사노라면’을 피아노 반주와 함께 선보인다.
이주 고려인들이 몸담고 지내는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마을을 조명하는 영상도 있다. 아티스트 우물 안 개구리는 ‘갈 수 없는 고향’, ‘광주의 밤’을 노래하며 떠나온 고려인의 마음을 위로한다.
이들에게 광주는 언제까지나 무한한 공간이다. 황석영 선생이 5·18 헌정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작사했던 현재 북구 운암동의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에서 오월 광주를 노래하고, 상무지구 소각장에서 버려진 쓰레기 더미들을 노래하고, 광주 교도소 담벼락 앞에서 자유를 노래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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