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9번째 임금 성종(1457~1494)의 시대는 흔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평화로운 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종의 치세는 쉽게 이뤄진게 아니었다. 후계 순위 3순위에서 운좋게 왕위에 오른 불안한 처지였으며 격변과 혼란으로 무너진 민심과 풍속을 바로 잡아야했다.
아름다운 백조가 호수 아래에서 분주하게 발을 움직이듯, 책은 성종의 치세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었는지 얘기한다.
방상근 고려대 법학연구원 정당법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이 펴낸 ‘성종, 군주의 자격을 묻다’는 우리가 알고 있던 성종과는 다른 모습을 담고 있다. 책은 ‘군주 평전 시리즈’의 세번째 순서다.
그간 사학·철학·정치계는 성종시대를 왕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급진파 신진 사대부들이 권력과 부를 축적해 권신이 되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거나 15세기를 주도한 관학파의 정치이념과 사상에 대한 연구가 부재한 시대로 바라봐왔다. 이에 저자는 이들의 연구가 짚어내지 못한 성종의 리더십을 얘기한다.
성종은 부패한 정치를 개혁함과 동시에 대신을 존중하고 인사권, 형벌권을 신중히 사용해 정치적 안정과 통합을 이뤄냈다.
반면 비슷한 시대 연산군과 중종은 그렇지 못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는 곧 ‘사화’라는 비극으로 초래되기도 했다.
세종시대가 국가 운영의 틀이 제도화해가는 시기였다면 성종 시대는 제도화를 넘어서 교화의 정치로 이행했던 시기다. 책은 성종시대와 15세기를 설명하는 연구들이 간과했던 측면을 부각시킨다. 성종시대를 맞이해 권력투쟁과 제도화 문제 일단락으로 떠오른 ‘교화의 정치’에 주목한 것.
<푸른역사·2만3000원>
/김다인 기자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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