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노벨평화상의 수상자 마리아 레사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로서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물러서지 않기 위해,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전 세계 모든 언론인을 대표하여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필리핀 언론의 최전선이라 불리며 언론의 자유를 위해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래플러의 공동 설립자이자 CEO, 대표인 그는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등에서 자신의 팀을 이끌며 독재 정권의 몰락과 국가 독립, 이후의 정치적 격변과 불안을 기록했다. 래플러는 2015년 월드서밋어워드가 선정한 ‘최고의 디지털 혁신 사례’ 중 하나로 뽑힐 만큼 디지털 시대 탐사보도의 선구적인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마리아 레사의 회고록 ‘권력은 현실을 어떻게 조작하는가’는 ‘사실’을 지키기 위한 한 저널리스트의 투쟁의 기록이다. 유네스코 세계언론자유상을 수상한 저자는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소셜미디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하고 문제적인지 보여주고 있다. 특히 조국 필리핀의 현실이 어쩌면 많은 이들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새로운 기술과 낡은 권력이 결합하고 서로를 이용할 때의 위험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이다. 또한 많은 이들은 사실보다는 소셜미디어의 ‘친구의 친구들’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정보의 문지기 인 언론은 영향력을 상실했고 그와 더불어 우리가 공유하던 현실도 무너졌다.
책은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기술 기업이 언론의 기능을 대체하는 시대를 경고한다. 저자의 분노와 미래에 대한 예견은 단순한 주의, 주장으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상당 부분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북하우스·1만8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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