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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날씨의 세계-트리스탄 굴리 지음, 서정아 옮김

by 광주일보 2022.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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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바람·식물이 내보이는 변화무쌍한 날씨의 징후

남부지역, 특히 광주의 가뭄이 심상치 않다. 급기야는 내년 3월부터는 제한급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광주와 전남의 최대 상수원인 주암댐의 저수율은 30% 붕괴 직전이다. 광주의 3개 자치구와 나주·목포·순천·영광 등 10개 시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주암댐의 저수율이 급락하면서 사실상 비상이 걸린 상태다.

모두 비가 오지 않은 탓이다. 평소에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비는 결정적인 시기에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비는 생명의 근원인 물이고, 물이 없이는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다.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일수록 활엽수의 잎끝이 더 뾰족하다. 끝이 유난히 뾰족한 잎사귀들은 주맥과 잎끝을 거쳐 빗물을 더 효율적으로 흘려보낸다. 열대 우림지역에 가면 이렇듯 뾰족한 잎끝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진흙이나 모래, 실트, 눈밭처럼 몹시 부드러운 지면에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바닥에 익숙한 마마자국을 남긴다. 그 자국들은 비의 성격을, 장대비인지 보슬비인지 혹은 짧게 내리는 비인지 오래 내리는 비인지를 일러준다.”

영국 남부지역 브라이튼 제트기류 로프와 희미한 햇무리 모습. <휴머니스트 제공>
 

우리 주변의 지역적인 것들에 주목해 날씨의 징후를 읽어낸 책이 발간돼 눈길을 끈다. 탐험가이자 작가, 자연항법 전문가인 트리스탄 굴리가 펴낸 ‘날씨의 세계’는 일상에서 날씨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들을 조명한다. 저자는 5개 대륙 탐험을 이끌었고 배와 비행기로 홀로 대서양을 건넌 유일한 생존자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구름이 비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한데 비가 구름을 만든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구름의 아래쪽 공기를 차갑게 해 응결을 시키고, 본래 있던 구름의 아래쪽에는 삐죽삐죽한 구름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구름과 바람, 언덕과 거리, 식물과 동물, 이슬방울이 내보이는 단서를 따라가다 보면 미기후(microclimate)라는 낯설고도 경이로운 영역에 도달한다고 본다. 주위의 경관에 예민한 이들이라면 기계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을 알아차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동안 일기예보는 지탄과 비난의 대상이었다. 신뢰도 때문이었다. 1955년 영국 중앙기상관측소의 수석 기상예보관은 “24시간보다 먼 미래에 관한 일기예보는 정확도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일기예보는 사람의 생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기예보는 우리가 일상에서 또는 산책을 하면서 마주하는 날씨의 세세한 면모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변화무쌍한 것이 바로 날씨의 세계다.

영국 남부지역 브라이튼 하늘에 떠 있는 털구름의 일종인 &lsquo;말꼬리구름&rsquo; <휴머니스트 제공>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도시에 산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언덕에 또는 골짜기와 바닷가에 살기도 한다. 섬에 거주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우리를 둘러싼 경관은 날씨를 빚어냈고 역으로 날씨를 빚어내기도 한다고 본다. 다음의 예가 그렇다.

“큰 섬의 경우 섬 양쪽의 날씨가 다르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들은 대부분 양쪽의 색깔이 다르다. 한쪽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쏟아지겠지만, 반대쪽은 거의 내리지 않는 탓이다.”

좀 더 큰 땅덩이를 보면 확연히 날씨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스위스 쥐라산맥에서는 800미터 높이의 산등성이를 중심으로 양쪽에서 판이한 기후가 펼쳐진다. 두 생태계가 가까운 거리에 공존하는 셈인 것이다.

구름을 세 부류로 구분하는 것도 흥미롭다. 털구름, 층구름, 쌘구름이 그것. 털구름은 가장 높이 뜨는 구름으로 날씨의 변화를 가장 일찌감치 경고하는 구름이다. 평평하게 펼쳐진 층구름은 대기가 안정적이라는 방증이다. 쌘구름은 밑면이 판판하고 위로 뭉실뭉실한 윤곽을 드러내는 큰 구름으로 공기가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형도 중요하다. 언덕처럼 지세가 볼록한 장소에선 차가운 공기가 골짜기 쪽으로 흘러간다. 유사한 지형이라도 숲이 우거진 곳에선 강우량이 증가한다.

저자는 “소소하고 가까운 대상을 관찰해 극히 소수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날씨의 징후들을 음미할 것”이라며 이번 책의 의미를 부여한다.

<휴머니스트·3만1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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