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룬서 엄마 따라 5년 전 한국행…독일어 등 4개 국어 능통
댄스·사물놀이도 수준급 “받은 도움 다문화가정에 돌려줄 것”
최은지(19·진도국악고 2년)양에게 꿈을 물었더니 “현재 하고 싶은 건 아쟁 연주자지만 아쟁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제가 욕심쟁이에요”라며 생기발랄한 MZ세대의 취향을 드러냈다.
최양은 카메룬에 살다가 한국인과 결혼한 엄마를 따라 한국에 들어온 뒤 광양시 건강가정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면서 국악을 접했다. 한국의 K- POP도 좋지만 처음 접한 판소리·가야금 등 옛 음악의 매력에 이끌려 광양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고교를 진학할 때 진도국악고를 택했다.
아쟁은 국악고에서 처음 본 악기였지만 자신의 귀에 들리는 특별한 아쟁의 소리에 반했다고 했다. 아쟁은 국악기 중에서는 유일한 저음악기다. 이 때 아쟁을 접하면서 시민들에게 아쟁의 매력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학생임에도, 국악인으로서의 발전가능성이 우수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최양의 국악에 대한 관심과 열의는 상당하다.
한국에 온 지 5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사용할 뿐 아니라 독일어·스페인어·영어·불어 등 4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 카메룬에 있을 때 영어, 스페인어와 불어를 배웠고 엄마에게 독일어를 배웠다고 했다.
그런데 아쟁은 학교 수업만으로 따라가기 어려웠다고 한다. 개별 레슨을 받아야 하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전남도의 새천년 으뜸인재 발굴 프로젝트를 접해 신청서를 냈는데 선정됐다는 게 최양 설명이다.
최양은 “으뜸인재로 선정돼 소아쟁도 구입하고 개인 레슨 받는데도 큰 도움을 받게 됐다”면서 “너무 감사하고 내가 받은 도움을 다른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희망이 아쟁 연주자인 만큼 모든 일정이 학교 수업 외 나머지는 아쟁 연습에 맞춰져 있다. 학교에서도 밤 9시30분까지 연습하는 등 하루 7~8시간을 아쟁에 쏟고 있다. 매일 연습을 하는데 눈에 띄게 실력이 올라가지 않을 때면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후회할 때도 있지만 “훗날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지금의 어려움쯤은 참아내야 하지 않겠냐”고 어른스럽게 답하기도 했다.
아쟁 뿐 아니라 올해 순천에서 열린 청소년 끼 경연대회 댄스부문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는가 하면, 지난해 치러진 국악부문(사물놀이) 대회에서도 우수상을 받는 등 음악적 자질도 갖췄다.
최양은 아쟁 뿐 아니라라 거문고와 무용에도 관심이 있어 부전공으로 선택했다.
최양은 “문화와 피부색, 쓰는 언어가 달라도 음악으로 하나될 수 있기에 국악을 배우고 있는 게 자랑스럽고 한국 전통 음악을 사랑하는 한 명의 국악인으로 우리 음악의 우수성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아쟁산조의 경우 가락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 ‘‘XXX류’ 라고 불리는 것처럼 자신만의 ‘최은지류 아쟁산조’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아쟁산조는 아쟁으로 하는 민속 기악독주곡으로, 통상 그 가락을 만든 사람의 이름을 따 ‘XX류’ 라고 불린다.
최양은 그러면서도 “한국에 와 지금은 국악과 아쟁에 푹 빠졌는데 욕심쟁이라 하고 싶은 게 많다”면서 “앞으로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많지 않겠냐”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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