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창극단 ‘망월, 달빛의 노래’
다음달 11~12일 빛고을시민문화관
김규형 총감독…동·서양 악기 조화
5·18은 연극과 뮤지컬, 영화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다뤄져왔다. 작품 역시 시민군들에 중점에 두는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억압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흘린 시민군들의 땀과 피에 대한 조명은 그간 다채롭게 선보여져왔다. 그렇다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자식을, 사랑하는 남편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돼버린 가족의 마음은 어떨까. 42년간 그리움에 젖어 온 평생을 살아온 남은 가족들을 음악과 춤으로써 발현하는, 5·18을 다루는 새로운 시각과 분야의 무대가 마련됐다.
제 57회 광주시립창극단 정기공연 ‘망월, 달빛의 노래’가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다. (11일 오후 7시 30분, 12일 오후 3시)
광주시립창극단은 지난 21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제작발표회를 통해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이번 작품은 시립창극단에서 처음으로 다루는 5·18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깊다.
제목의 ‘망월’은 ‘달을 바라보다’라는 뜻으로 기다림과 그리움, 꿈과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곧 남겨진 희생자 가족들이 느끼는 그리움과 기다림의 감정, 꿈과 희망에 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무대는 망월할매를 중심으로 이들의 가족사를 서글픈 음악과 애절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무용 등 창극형식으로 이뤄진다.
망월할매의 하나뿐인 아들 정영일은 전남도청 시위현장에 나섰다가 공수부대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는다. 시간이 흘러 망월할매는 성한 곳 없는 몸으로 비척비척 아들이 안치된 망월동산을 찾는다. 이때 음악단의 서글픈 해금과 아쟁연주와 함께 영령들은 각자의 가족을 떠올리며 상기되는 그리움을 온 몸으로 부르짖는다.
달빛 아래 영령들이 각자의 묘비에 꽂힌 흰천 깃발을 들고 아리랑을 부르며 흥겹게 노는 무용으로 시작하는 무대는 밝은 몸짓과 흥겨운 목소리 속 맺힌 한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망월동산을 오르는 망월할매의 모습을 보고 마치 엄마를 만난 듯 반기며 달려오는 영령들의 사무친 동작과 가야금 소리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원통함을 더한다.
이번 무대 음악에는 가야금, 아쟁, 거문고,피리, 대금 등 국악기와 더불어 일렉기타와 베이스, 건반 등 서양악기도 합세해 서글픔과 웅장함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무대는 김규형 광주시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총감독을 맡았다. 대본과 연출에는 국립민속국악원 예술감독을 역임하고 백상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마당극패 우금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류기형 감독이 참여했다. 김백찬(lamMusic 대표) 작곡가가 작곡과 음악감독을, 국립민속국악원장 왕기석 명창이 작창을 맡아 무대를 꾸렸다.
망월할매역과 손녀딸 강윤슬 역은 첫째날 각각 정선심과 이미소, 둘째날 허승희와 이은비가 할머니와 딸을 노래한다. 딸 정다리 역은 이정주가, 아들 역은 정승기가 맡는다.
망월할매역을 노래한 정선심은 “5·18이라는 광주의 커다란 역사를 다루는 것이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어머니께서 치매를 앓고 계셔서 뵙고 올 때마다 눈물이 난다. 누군가의 엄마가 그랬듯, 나의 엄마를 떠올리며 엄마의 심정에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류기형 감독은 “창극으로 1980년으로부터 42년의 시간이 지난 오늘날 작품을 다룬다고 했을 때 뻔하지 않고 새롭게 각인될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작품 속에서 관객들이 또 다른 5·18에 대한 시선을 느끼셨으면 하는 바램”이라고 설명했다.
공연 예매는 광주문화예술회관 티켓링크에서 가능하다. S석 2만원, A석 1만원, 문의 062-526-0363.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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