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전쟁·환경 등 위기 타개책 모색
창작된 작품 모티브로 2차 콘텐츠화 ‘숙제’
아시아 문학인들이 상처가 아물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위기, 전 세계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는 평화에 주목하며 두 손을 맞잡았다. 이들 문학인들은 전례 없는 팬데믹으로 여성, 청년,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아시아의 거대한 전환을 향해 문학의 수단으로 더욱 연대할 것을 주장했다.
제4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조직위원장 이경자)이 3일간의 행사, 그리고 작가 선언문 채택을 끝으로 지난 22일 막을 내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열린 이번 문학페스티벌은 ‘아시아의 잃어버린 얼굴을 찾아서’를 주제로 지속가능한 사회 대안을 모색한다는 기치로 열렸다. 건강한 지구와 아름다운 자연, 인간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실천의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 행사들과 비교해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트렌드에 맞는 주제 설정 등은 호평을 받았다. 대주제 아래 ‘마주보기’, ‘새로보기’, ‘함께보기’ 등의 3개의 세션이 조화롭게 구성돼 오늘의 위기 상황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실천적 행동 등을 의미있게 모색했다는 평이다.
먼저 첫번째 세션 ‘잃어버린 얼굴’에서는 베트남 출신의 도안 안 투안의 ‘베트남 디아스포라 속 망명자의 언어들’과 손홍규 소설가의 ‘얼굴은 본래 없었다’의 발제가 이어졌다. 대만의 우밍이 작가 등이 패널로 참여해 오늘의 ‘아시아의 상황’을 밀도있게 조명했다.
아울러 싱가포르 출신의 앨빈 팡의 ‘아시아의 청년’은 미래에 대한 예측을 시도했다. 그의 “우리는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의 상존, 불일치의 가능성, 우연의 힘, 실패의 가능성을 허용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포용적이지만 방심하지 않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포용적이며 열린 시각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22일 세 번째 세션으로 다뤄진 ‘거대한 전환’에서는 미얀마의 상황 등을 미얀마인의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줘 화제가 됐다. 고재종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세션은 유학생 마닌이셰인이 ‘미얀마 시인의 저항과 그들의 시’를 직접 소개하고 낭송해 적잖은 울림을 선사했다.
그러나 이번 문학페스티벌은 몇 가지 과제도 남겼다. 무엇보다 일회성 이벤트 행사로 끝나는 게 페스티벌이 아니라는 일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페스티벌에서 다뤄지거나 창작됐던 작품을 모티브로 2차 콘텐츠화 등 좀 더 확장력 있는 결실로 이어져야 한다는 논리다.
가장 아쉬운 점은 주말을 맞아 행사장을 찾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문학을 모티브로 즐길 수 있는 체험이나 이벤트가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행사가 아카데믹한 내용들로 채워진 탓에 전당을 방문한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문학에 대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없었다. ‘몇몇 소수 엘리트 문학인들을 위한 아카데믹한’ 행사라는 비판은 결국 문학의 활성화와 공유·공감·확장이라는 대의적인 관점에서 볼 때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물론 이번 행사 지원금이 초창기에 비해 3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나름 성공적인 행사였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향후 지속가능한 국제적인 문학페스티벌이 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학인들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한편 조직 위원회는 마지막 행사로 작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아시아는 보이는 대상을 벗어나 바라보는 시선이 되고자 함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전례가 없었던 질병은 약자들에게 가장 가혹한 장벽이 되었고 연대하려 내미는 손을 가로막았다”며 “우리는 전세계의 표면으로 드러난 전쟁과 기후위기에 단호히 맞서 싸운다. 또한 우리는 얼굴을 찾고자하는 아시아의 약자, 소수자, 여성의 투쟁을 함께하며 그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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