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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강경호·강나루 시인 父子, 같고도 다른 ‘문학의 길’ 함께 걷죠

by 광주일보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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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공 후 시인 등단한 아버지
책 읽던 아버지 보고 자란 아들
각자 서로 다른 ‘작품세계’
평론·에세이집 등 6권 발간
오늘 DJ센터서 출판기념회

‘시와사람’ 대표 강경호 시인(왼쪽)과 강나루 시인

부전자전(父傳子傳), 여전모전(女專母傳)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많은 이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대를 이어 아버지, 어머니 못지않은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다. 허재 삼부자와 이종범·이정후 등에서 보듯 스포츠에서는 이미 많은 스타들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부모의 뒤를 이어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은 확연하게 다른 장단점이 있다. 앞선 세대가 거쳐야했던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앞선 세대의 성과를 넘어야 한다는 압박감이 존재한다.

문화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자칫 부모의 그림자에 묻히기 쉽다. 소설가 한승원, 한강의 사례에서 보듯 딸이 아버지에 비견할 만한 문학적 성취를 일구기도 한다. 물론 그것을 계량화하고 수치화하기는 힘들다. 전적으로 문학은 독자와 평자들이 내리는 가치 판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발행되는 시 전문지 ‘시와사람’ 대표 강경호 시인과 강나루 시인. 기자는 최근 두 부자를 만났다. 6권의 작품집을 펴냈다는 소식을 접했던 터라 기대가 들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왜 아들이 어려운 문학의 길을 가려고 할까’라는 걱정 아닌 걱정이 앞섰다.(오늘의 문학은 젊은 시절의 치기나 결기만으로는 결코 도전하기가 쉬운 분야는 아니지 않는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책 읽는 모습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늘 방에서 책에 둘러싸여 독서를 하시던 아버지의 모습은 가장 친숙한 장면 가운데 하나였어요.”

아들 나루씨는 지금도 책을 읽던 아버지의 모습이 선하다고 했다. 아버지보다 키가 큰 나루 씨는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버지와 닮았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이미지가 배어 나왔다.

“애들이 모두 세 명인데 공교롭게도 문화예술 계통의 일을 하고 있어요. 각기 적성과 재능에 따라 광고와 디자인, 문학 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있지요. 저와 애들 엄마의 영향이 없었다고 하기는 힘들겠지요. 저마다 자신들의 분야에서 인정받고 의미있는 성취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강경호 시인의 말이다. 그는 대학 때 미술을 전공했다. 문학에 대한 꿈을 버릴 수 없어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문학을 전공했고 시인으로 평론가로 등단했다. 큰 아들 나루 씨가 자신의 뒤를 이어 시인으로, 에세이스트로, 동화작가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걷고 있는 사실이 대견했다.

이번에 펴낸 책들의 면면만 봐도 상당한 공력이 느껴진다. 강경호 시인은 두 권의 평론집을 냈다. ‘서정의 양식과 흔들리는 풍경’, ‘미술의 상상력을 통한 시적 발화’가 그것. 나루 씨는 ‘감자가 눈을 뜰 때’(시집), ‘백화점에 여우가 나타났어요’(동시집), ‘낮은 대문이 내게 건네는 말’(에세이집), ‘휴머니즘과 자연의 수사학’(평론집)을 발간했다.

6권의 책을 엮어내기까지 두 부자는 사이좋게 경쟁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창작을 하고 연구를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과정을 통해 산출되는 결실임을 전제할 때, 이번 6권의 책들은 모두 귀하게 다가온다.

이에 대해 나루 씨는 “앞으로의 문학의 자장은 특정한 경계의 영역이 무너지고 있다. 문학 장르 간 융합뿐 아니라 다양한 도전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며 “특정 장르를 고집하지 않고 창작과 연구활동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강경호 시인의 평론집 ‘미술의 상상력을 통한 시적 발화’는 미술과 작품을 모티브로 하는 점이 눈에 띈다. 세부적인 연구 내용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과 김형술·조말선의 시’, ‘밀레의 그림과 최승철·추영희의 시’, ‘이중섭의 그림과 구상·김광림·이수익의 시’, ‘클림트의 그림과 김은숙·정선우의 시’ 등 보편적이면서도 특수성이 조화를 이룬 주제들로 채워져 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미술을 포기하고 문학의 길에 든 지 오래 되었다”는 강경호 시인의 말에서 그가 여전히 미술에 운명적인 ‘끈’을 대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끈은 그에게 “미술작품의 상상력과 미술작품을 통해 어떻게 시적 발현을 하는지를 연구하게”하는 추동력이 될 것이었다.

“미술 작가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비중을 두었습니다. 미술가들의 삶과 예술적 상상력이 시인들에게 영감과 시적 발화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지요.”

나루 씨의 첫 시집은 체험에 기반한 치열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은봉 시인은 이를 가리켜 “체험에서 비롯되는 이미지사유, 곧 사물성에 기초한 상상력이 풍부하게 드러나 있어 크게 주목이 된다”고 평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두 사람의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각자 서로의 길을 간다는 암묵적인 약속 같은 게 있는지 몰랐다. 한편 두 부자의 출판기념회가 20일 오후 4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델리하우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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