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 줄이고 노력 지속한다면 행복해 질 수 있다”
돈은 행복 좌우하는 요인이지만
남들이 갖지 못한 장점 개발하고
‘주인의식’으로 성공적 삶 견인을
경제학 박사로 국내 게임이론의 권위자인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난 18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0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섰다.
서울대 경제학과, 하버드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마친 한 교수는 현재 연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어렵게 다가오는 경제학 이론을 주변 일상에 적용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며 대중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한 교수는 이날 ‘일상 속의 경제학’을 주제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경제학 개념으로 풀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일본의 황혼이혼율로 강의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 내 황혼이혼율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지난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황혼이혼이 줄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찾아보니, 2004년 ‘연금’이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결정된 해였기 때문입니다. 2004년 법이 통과되고 2007년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에 3년간 줄어든 것이죠.”
한 교수의 말대로 일본의 할머니들은 법이 시행하기 전까지 이혼하고 싶은 욕망을 꾹 참아오다 시행 이후 이혼을 결심하면서 3년 간 황혼이혼이 줄어들게 됐다. 결국 ‘돈’이 사람의 의사결정의 요인이 된 셈이다.
그는 이어 일본 제1의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 회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세븐일레븐의 성공 배경에는 회장의 영업 공식이 있었다고 얘기했다.
가게가 좁으니 재고를 쌓아둘 곳이 없는 편의점에선 재고가 가장 고민거리였다. 물건을 쌓아놓고 장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손님들이 그날 그날 선호하는 음식을 들여놓을까? 한 교수에 따르면 세븐일레븐 회장은 ‘날씨’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사람들이 내일 무엇을 먹을까’ 고민한 끝에 전날과 당일의 날씨를 비교해 오늘이 영하 20도이고 내일이 영하 10도라면 사람들은 냉면을 찾고, 오늘이 35도이고 내일이 40도면 사람들은 따뜻한 음식을 찾는다는 것”을 알아내게 됐다고 한다.
경제학이 통계를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한다는 점에서 세븐일레븐 회장의 날씨를 토대로 한 영업공식은 경제학적 측면에서 탁월한 분석으로 성공까지 이어질 수 었었다.
그는 이어 ‘주인 의식’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제가 아는 교수님이 일식집에서 3만 원짜리 코스를 주문하고 주방장에서 팁 3만 원을 줬더니 6만 원 코스보다 더 잘 나오더랍니다. 주방장은 일식집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주방장이 직접 문을 연 가게를 찾아가 3만 원 코스를 시킨 후 팁 3만 원을 줬더니 어땠을까요? 정확히 3만 원 코스가 나왔습니다. 이게 주인의식의 차이입니다.”
‘주인이 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한 교수의 주장은 얼핏 들어봐도 타당한 얘기처럼 들렸다. 결국 주인이 아닌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기업에도 이윤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얘기다. 주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는 의사와 변호사가 왜 최고의 직업인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들은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부를 창출한다고 부연했다.
“만약 제가 국내에서 가장 차를 잘 만드는 사람이면 부자들은 제 차를 살까요? 단호하게 아닙니다. 벤츠, BMW, 아우디 등 우수한 독일 자동차들이 즐비하니까요. 바로 공산품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해외 의사와 변호사라도 국내에서는 통용되는 자격증이 없으니 치료하거나 변호할 수 없습니다. 이게 바로 독점이죠. 변호사와 의사는 법적으로 지위를 보호받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지위를 유지받든지 아니면 남들은 갖지 못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 독점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길입니다.”
인생의 ‘낙’은 모두 독점에서 온다. 사람들이 결혼을 결심하는 것도 독점을 위해서다. 그러나 결혼 후 결혼 전과 견줘 상대방의 행동이 변화는 건 이미 독점했으니 그 전과 다를 수 밖에 없다. 한 교수는 “독점(결혼)했는데 잘해주는 건 바보(?)”라며 특유의 유머도 잊지 않았다.
돈은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다. 한 교수는 ‘행복=달성/욕망’이라는 공식을 소개했다. 자신이 직접 고안한 이론으로 원하는 것이 적고 이룬 것이 많으면 행복해지고, 원하는 것이 적으면 행복해진다는 의미다.
한 교수는 “욕망이라는 분자가 커지면 행복이 줄어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욕망을 줄이면 노력하지 않는다”며 “그러므로 욕망은 줄이되 노력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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