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육원에 특별한 생일 케이크 전달
‘3000원 노래’ 이벤트 통해 손님 이름으로 기부
‘새학기 새신발’ 기획도 “많은 분 동참 이어지길”
“클로버는 잎이 세 개면 잡풀 취급을 받지만 네 개면 행운을 상징하는 가치있는 풀이 됩니다. 지금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으면 세 잎에 그치지만, 잡아준다면 네 잎 클로버가 될 수 있습니다.”
전남대 정문에서 21년째 통닭집을 운영하고 있는 문흥주(52·사진)씨. 그의 통닭집은 밤이면 특별한 공간으로 바뀐다. 물론 통닭을 먹는 손님들도 여럿이지만, 마이크를 쥐고 노래를 부르는 손님을 찾아볼 수 있다. 손님이 3000원을 내고 노래 두 곡을 불러 195점(200점 만점)을 넘기면 손님에게는 특별한 혜택이 돌아간다. 바로 손님 이름으로 애육원에 생일 케이크를 기부하게 되는 것.
문씨는 “올 초부터 애육원 아이들 중 생일자 수 만큼 생일 케이크를 후원해 오고 있다”며 “혼자 하기 보단 손님들과 함께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씨는 15년 전부터 익명으로 지역아동센터 등에 치킨을 후원해 왔지만 애육원에 생일 케이크를 후원하게 된 건 특별한 이유 때문이다.
“지난해 말 스무살 즈음되는 청년 넷이서 생일케이크 하나를 두고 두 사람이 번갈아 초를 불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애육원을 떠나 독립한 청년들인데, 생일을 맞아 어릴 적 애육원에서 한 케이크에 여러 명이서 초를 불던 기억이 나서 돈도 없고해 이렇게 하고 있다는 얘길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생일날 나만의 케이크도 없이 생일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더라고요.” 문씨의 가게 안 칠판에는 ‘천사 애육원, 10월 생일 3명의 천사에게 생일 케이크 필요! 당신의 도전이 아이들의 꿈을 밝힐 가능성이 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문씨는 기부에 참여하고 노래를 부르는 손님들의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게시한다. 이렇게 하면 애육원 아이들은 기부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고 많은 이들이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문씨의 통닭집에는 또 다른 기부 공간이 있다. 특이하게 천장에 봉투 10여개가 테이프로 고정돼 있다. 문씨는 “‘새 학기, 새 신발’이라는 기부 공간이다”라며 “초·중·고 1학년에 등교하는 애육원 아이들에게 새신발을 사주기 위해 모인 돈봉투”라고 말했다.
이 또한 애육원 아이들의 신발 구입에 지원되는 금액이 턱없이 낮아, 아이들이 원하는 브랜드 신발을 사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에서 기획됐다.
대부분 가게를 방문한 문씨의 지인들이 내놓은 봉투들이지만, 처음 가게를 들른 손님들 중에도 문씨의 취지에 동감해 봉투를 내놓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문씨는 “기부활동이 더 많이 알려져 참가자가 늘어나려면 유튜브 라이브 방송이 돼야한다. 그러려면 구독자 1000명이 돼야 하는데 아직 900명대에 불과하다”며 “많은 분들이 함께 기부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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