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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인기자

광주일보 10기 리더스아카데미-그림이 오감을 만났을 때 ‘감각주의’

by 광주일보 2022.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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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음악이? 오감 깨워주는 게 예술이죠”
정우철 도슨트·민시후 작곡가·노인호 조향사
르누와르 작품에 어울리는 향기·피아노 곡 선보여

지난 11일 열린 제10기 광주일보리더스아카데미에서 정우철 도슨트와 민시후 작곡가, 노인호 조향사가 프랑스 인상파 화가 르누와르 작품에 설명과 함께 음악에 연결된 향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왜 사람들은 그림을 볼까, 왜 향을 맡고 음악을 들을까라는 물음표에서 시작했습니다. 우리네 일상은 똑같은 삶의 반복입니다. 이렇게 살다보면 느낄 수 있는 감각은 한정적이죠, 이들에게 이런 소리도 있고 이런 향도 있다고 오감을 깨워주는 것, 이게 바로 예술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에서 향기가 난다면, 그림에 피아노 소리가 담긴다면 어떨까.

누구나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을 보고 가만 서있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림 속 꽃을 보며, 그림 속 여인을 바라보며 꽃향기와 함께 여인의 통통 튀는 발걸음 소리를 상상해본 적, 분명 있을 것이다.

이 모든게 눈 앞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그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울리는 향기와 음악을 들려주는 이색적인 강연이 지난 11일 제 10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서 펼쳐졌다.

이날 강사로는 정우철 도슨트와 민시후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노인호 조향사가 함께했다. 그림에 이야기를 더하고 음악을 싣고, 향기를 입히는 이들의 조합은 원우들의 오감을 깨어내기에 충분했다.

강연은 정우철 도슨트의 해설을 통해 그림을 이해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향과 음악을 함께 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무대 전 원우들에게 배부된 4장의 시향지에는 작품 마다의 향이 배어있었다.

이날 설명과 함께 향과 음악이 더해질 주인공은 프랑스 화가 르누아르(1841-1919), 일상의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진 르누아르는 인상파 화가로서 평생동안 60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왼쪽부터 노인호 조향사, 정우철 도슨트, 민시후 작곡가.

정 도슨트는 “아무리 유명한 화가라도 할지라도 화가의 삶까지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가의 삶을 알게 되는 순간 그림을 더 잘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라며 강연의 막을 열었다.

평생을 행복한 그림만 그렸기에 유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은 르누아르는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나 13살부터 돈을 벌기 위해 생업에 뛰어들어야 했다. 도자기 공장에서 도제로 일했던 13살의 르누아르는 조금씩 미술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혼자서 배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에 샤를 글레르라는 스승을 찾아갔다. 하지만 점차 ‘형식적으로 그려야 하는’ 고전주의 화풍에 싫증이 났고 이후 오늘날 인상파 화가로 알려진 이들과 ‘있는 그대로 그리는’ 미술을 시작하게 된다.

르누아르의 작품 ‘산책’은 남녀가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생동감 넘치는 남자의 표정, 햇빛에 반사된 드레스 등이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노 조향사는 봉투에서 ‘산책’ 그림이 그려진 시향지를 꺼내며 “맡자마자 산책 나가고 싶게 만드는 향을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시향지’는 소나무 향기로 시작해 아이리스향으로 은은하게 퍼트린 다음 샌달우드 향으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조합됐다. 뒤이어 민시후 작곡가의 ‘The Science of Sleep’피아노 연주로 그림의 대미를 장식했다. 같은 방식으로 ‘시골에서의 춤’과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르누아르를 위하여’ 등 4개 작품이 소개됐다.

르누아르는 행복을 그렸던 화가지만, 그의 인생은 마냥 행복하지 못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인상파라는 핍박받고 무시받던 화풍을 추구했으며 르누아르의 작품을 몰래 사들이며 배려해줬던 애틋한 친구를 전쟁에서 잃었다. 말년에는 루마티스 관절염에 걸렸고 아내는 당뇨를 앓았다. 이후 두 아들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을 입었고 이들을 간호하던 아내는 당뇨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몰아쳐오는 불행에 르누아르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그림에는 여전히 행복으로 가득했다. 근육이 말라가고 오른팔이 꺾여 손톱이 살을 파고 들었지만 손에 붓을 묶으면서까지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침대에 누워 죽음을 앞둔 르누아르는 아들에게 “꽃과 캔버스, 물감을 갖다 달라” 말하며 꽃다발 그림을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다.

정 도슨트는 “평생 행복만을 그려온 화가 르누아르, 르누아르의 그림이 행복한 것은 그가 행복해서가 아닌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바라봤기 때문이다”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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