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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백수’ 맞은 천주교 광주대교구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

by 광주일보 2022.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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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광주대교구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

천주교 광주대교구 윤공희 빅토리노 대주교가 오는 11월 백수(白壽)를 맞는다. 한국 가톨릭 생존 주교 가운데 최고령인 윤 대주교는 한국 근현대사의 산증인이다.

사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광주에서 보낸 그는 “80년 5·18 당시 금남로에서 어느 젊은이가 군인들의 방망이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았지만, 그때 차마 어쩌지 못했던 게 가장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아마 사제로서의 본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음직하다.

이후 그는 광주의 5월을 알리기 위해 교황청, 미국대사 등을 만났으며 1981년 5·18 관련 구속자에 대해 대법이 사형 판결을 내리자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전두환을 만나 사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해 1주기를 앞두고는 서울에서 추모미사를 열어 5·18의 진상을 알리는 강론을 펼치는 등 5월의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했다.

광주대교구는 윤 대주교 백수를 기념하는 감사 미사를 오는 27일 오후 2시 염주동 성당에서 진행한다. 광주일보는 백수 미사를 앞두고 윤 대주교와 인터뷰를 추진했지만 코로나 확산 등으로 대면이 어려워 교구 비서실과 평화방송을 통해 관련 자료 등을 전달받아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 윤 대주교는 나주 남평 광주가톨릭대학교 주교관에서 지내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병원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서면 인터뷰는 백수를 맞은 윤 대주교의 사제 인생에 대한 회고와 광주와의 인연, 5·18광주민중항쟁 진상 규명 활동, 한국 가톨릭 교회에 전하는 당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윤 대주교는 백수를 맞는 감회에 대해 “무엇보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은총이었다”며 “그러나 오래 산 만큼 또 하느님 앞에 책임도 많지 않을까,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수(白壽)라는 뜻은 한자 ‘일백 백’(百)에서 ‘한 일’(一) 자를 뺀 ‘흰 백’(白)을 쓰는 아흔아홉을 일컫는다. 웬 만큼 건강하지 않고는 백수까지 장수하기는 것은 쉽지 않다.

윤 대주교는 건강 비결에 대해 “부모님이 두 분 다 장수하셨다. 아마 실질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며 “심장수술을 한 적도 있지만 하느님 은혜로 잘 회복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할 수만 있다면 꾸준히 걷는 것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비결이 아닌가도 싶다”고 말했다.

1924년 평안남도 진남포에서 출생한 윤 대주교는 부모가 모두 신자였다. 요즘으로 하면 평신도 대표 격인 사목회장이었고, 전교 회장까지 맡았다. 세상에 나온 이튿날 세례를 받을 만큼 그는 자연스러운 천주교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어찌 보면 그의 일생은 성직자로서의 삶이 예정돼 있었던 것도 같다.

1949년 함경남도 덕원신학교를 졸업한 그는 북한의 가톨릭에 대한 탄압을 피해 남으로 내려온다. 이후 1950년 3월 현재 가톨릭대학인 서울 성신대학을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는다. 서울과 부산 등서 사제 생활을 하다 교황청으로 유학을 떠나 1957년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석사학위, 1960년 그레고리오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광주와의 본격적인 인연은 지난 1973년 10월 광주대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이다. 27년간 교구장을 맡아 지난 2000년 은퇴할 때까지 윤 대주교에게 80년 광주 5·18은 가장 잊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이다.

“당시 금남로에서 어떤 젊은이가 군인들한테 몽둥이를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을 봤습니다. ‘저 사람 빨리 응급처치를 해야 할텐데’라는 생각을 했지만, 계엄군이 나를 해할까 두려워 어쩌지 못했습니다. 돌아보면 가장 아프고 후회되는 장면이지요.”

그러면서 그는 “내가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히 ‘약 냄새가 나는 사제가 되라’는 교황 프란치스교의 말씀을 사제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특히 어려운 사람, 가난한 사람과 함께 하는 그런 사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광주시민들께 전하고 싶은 바람을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말이 돌아왔다. “어떤 교우를 만났는데 ‘백수 기념으로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참 감격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디선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어떻게 감사를 전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사도 바울의 말씀을 가끔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 어떻게 해도 갚을 수 없는 빚이 있는데 그것은 사랑의 빚’이지요. 특별히 우리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모든 분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갚아주시기를 빕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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