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하미술관, 10월30일까지 ‘Sea&Museum 바다와 미술관’전
김현철·김민우·노세환·정나영·정유미·이안리 참여…도슨트 해설
광주시 남구 이강하미술관은 매년 여름 ‘환경과 예술’을 테마로 기획전을 진행해왔다. 지구와 미술관, 우주와 미술관에 이어 올해는 ‘바다’가 주제다. 예술가들이 지구와 우주, 바다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동경과 상상력을 담아 풀어낸 다채로운 작품은 관람객들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2022 Sea&Museum 바다와 미술관’전이 오는 10월30일까지 펼쳐진다. 공모를 통해 참여작가를 선정한 이번 전시에는 서울, 경기, 순천, 벨기에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6명의 작가가 작품을 선보인다. 김현철·김민우·노세환·정나영·정유미·이안리 작가는 영상,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로 ‘바다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번 기획전은 유리창 너머 푸른 나무가 어우러진 정원을 전시 공간으로 끌어들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작품은 이안리 작가의 ‘Share/Inuit Suit’다. 작가가 묵호항에서 주워온 물건을 활용한 작품으로 이누이트들의 지혜를 떠올리게한다. 작가는 땅콩껍질을 엮어 멍게를 만드는 등 바닷속 생물들도 구현했다. 또 고(故) 이강하 화백의 흔적을 모티브로 한 작품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난생 처음 광주를 방문, 미술관이 있는 양림동에 머물며 작업한 김현철 작가의 작품 ‘해도(海圖)의 도해(渡海)’는 현해탄에 몸을 던진 김우진과 윤심덕, 양림동에 살았던 선교사 이야기, 시인의 기록 등이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이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잔잔한 내레이션, 발췌글, 음악이 어우러진 작품은 ‘해도’를 보며 이야기 만들기를 좋아하는 작가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풀어놓은 흥미로운 영상이다. 윤심덕이 불렀던 ‘사의 차미’가 잔잔히 흐르는 가운데, 전시장에 부착된 다양한 아카이빙 자료들을 하나하나 읽고 있자면 흥미로운 문학작품을 읽는 기분이 든다.
정중앙에 놓인 정나영 작가의 희어(希魚)는 오랜 해외 생활을 하고 돌아온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연어에 투영해 제작한 작품이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방향 감각을 놓친 물고기는 꼬리와 지느러미를 잃어버리고, 단단한 파이프에 고정돼 있지만 새로운 세상으로의 탈출을 꿈꾸며 희망을 잃지 않는다. 관람객들이 바닷속 처럼 보이는 유리위에 고정된, 낭창낭창 움직이는 긴 파이프를 흔들며 작품을 감상할 때 멈춰있는 물고기는 조금씩 항해를 시작할지도 모른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 등 제주 4·3과 관련한 영상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노세환 작가는 광주지역 지적 장애인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 ‘An Ultra Marine’을 선보였다. 영상작품을 본 발달장애인들이 마음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묘사한 각각의 푸른빛깔 회화작품은 한편으로는 예술가들의 추상화처럼도 보인다.
카이스트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민우 작가의 작품 ‘우주 거울에 비친 나르키서스’와 설치 작품 ‘바다의 구조’는 바다거북이가 돼 헤엄치는 상상을 모티브로 제작된 작품이다. 바다라는 비가시적 영역인 상상의 세계를 구체적인 데이터로 인지해 본 시도이기도 하다.
전시를 기획한 이선 큐레이터는 “바다는 인류 문화의 중요한 배경, 중심의 원천, 문화적 시초가 되기도 하고 자유, 이동의 수단, 폭풍, 쓰나미, 용기, 모험 등 선택과 의식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며 “이번 전시는 바다를 주제로 미지의 세계를 향한 6명의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시도와 창의적 진동”이라고 말했다. 매일 오후 3시 도슨트 전시해설 프로그램(네이버·유선 예약)도 운영한다. 문의 062-674-8515.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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