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류미숙 초대전…21일까지 양림미술관
서양화가 류미숙 작가의 작품 주제는 ‘엄마’다. 5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하며 자식들을 키웠던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엄마의 식당은 그녀의 작업실이 됐고, 엄마의 손때가 묻은 공기, 접시, 도마 등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2020년 첫번째 개인전 ‘엄마의 밥상’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에서 자신의 엄마를 보곤 했다.
류미숙 작가의 ‘엄마의 밥상 2022’전이 오는 21일까지 남구청이 운영하는 광주 양림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올해 작업한 신작 30여점이 나왔다.
주제는 동일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다른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기법 등에서 다양한 변화를 줬다. 접시 등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엄마와 자신의 ‘손’, 그리고 ‘음식’을 테마로 잡아 작업했다.
접시, 공기 등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오브제가 빠져나간 대신, 그 공간을 채우는 건 ‘손’이다. 작가는 늙은 엄마의 손 대신, 시계를 거꾸로 돌려 젊은 시절 엄마의 손을 상상하며 그려나갔다.
“평생 일만 하신 엄마의 손은 투박하고 마디마디가 뒤틀려 있었어요. 그 손을 생각할 때면 항상 마음이 아팠죠. 이번 신작에서는 매니큐어도 칠해 드리고 아름다운 엄마의 손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엄마가 늘 그 ‘손’으로 만들어주셨던 다양한 음식을 함께 배치했죠.”
작품 속에는 고등어를 손질하는 엄마의 손, 가지무침을 만드는 엄마의 손이 등장한다. 또 계란 후라이, 보리밥 위에 얹힌 열무김치, 따뜻한 밥 한공기와 고소한 김 등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전처럼 완성된 ‘밥상’의 모습 대신, 음식 하나 하나, 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했던 엄마의 모습이 담겼다.
그림 속 또 다른 ‘손’은 그녀의 손이다. 함께 등장하는 엄마의 손과 딸의 손은 구분되지 않는다.
“엄마가 작품의 주인공이어서 그런지 제 전시에 오신분들은 작품을 보며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시더군요. 화면에 등장하는 손은 보시는 분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거예요. 한 사람은 따뜻한 밥을, 한 사람은 후라이팬에 담긴 달걀 후라이를 들고 있는 데 ‘함께’ 무엇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좋다고들 하시네요.”
류 작가는 가을에는 광주문예회관 공모에 선정돼 오는 9월16일~10월16일까지 광주문예회관 갤러리에서도 전시회를 연다. 이 전시에는 접시 등에 작업한 예전 작품부터 올해 신작까지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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