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대 학생 임은교(25)씨는 매일 7000원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마저도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을 해결해야 할 식비일 뿐이다. 임씨는 수소문 끝에 한 끼를 3500원에 파는 고시식당을 찾았고 곧장 단골 식당으로 삼았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 중인 그는 식사 후 커피도 독서실에서 마련돼 있는 커피로 해결한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지만 미용실도 가지 않고, 매달 꾸준하게 사던 옷조차 사지 않은지 몇 달이 됐다. 다만 영화 감상과 밤에 가끔 즐기던 치킨 간식은 끊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나가는 돈을 줄이기 위해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나 앱 등을 십분 활용, 극장표나 기프티콘을 구매해 몇천원이라도 아끼고 있다고 한다.
임씨는 “최근 무제한 데이터 요금으로 사용하던 휴대전화 요금도 기본요금 수준인 3만원 이하 요금제로 변경하고 데이터가 필요할 때는 와이파이 존을 찾아 사용한다”며 “궁상맞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남의 시선은 신경 안 쓴다. 고물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우리 세대의 삶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이른바 MZ세대에서 지출을 극도로 줄이며 생활하는 ‘무(無)지출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월급만 빼고 모든 것이 오르는 살인적 고물가 속에 부모에게 학비와 생활비를 타서 쓰는 학생과 사회 초년생들을 중심으로 퍼지는 ‘슬픈 유행’이다.
본래 무지출 챌린지는 온종일 한 푼도 안 쓰면서 물가상승에 대응하는 새로운 소비 풍속도를 말하지만, MZ세대들은 그날 그날 자신이 아낀 비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기록하는 등의 방식으로 챌린지를 이어가고 있다.
방학인데도 광주지역 대학교 학생식당에 학생들이 줄 서는 모습도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요즘 전남대와 조선대 학생식당에는 점심시간 4500원짜리 메뉴를 찾아 줄 서는 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학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식당을 찾는 학생부터 ‘값싸고 맛도 좋다’며 일부러 찾는 인근 주민까지 고객은 다양하다.
전남대 학생식당에서 만난 송형근(25)씨는 “학교 앞에서 혼자 원룸에 살고 있지만, 식비 아끼려고 최근 자주 학생식당을 이용하고 있다”며 “맛은 중요하지 않고 가격을 보면 저절로 입맛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조선대 대학원생 문성준씨는 “조선대 학생식당 정도의 맛과 가격이면 완전히 저렴한 편”이라며 “돼지고기 볶음 같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자율배식으로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아 자주 이용하고 주변에서도 자주 찾는다”고 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가 늘어나는 것도 맥락은 같다. ‘헬스장 이용권’, ‘미용실 정액권’뿐 아니라 배달 플랫폼의 상품권까지도 휴대전화 앱 등을 통해 손쉽게 중고 거래되고 있다.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고 아낄 수 있는 건 다 아껴 지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오주섭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지갑을 닫고 지출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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