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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김지연 ‘영산강’ 사진전…8월10일까지 생각상자갤러리

by 광주일보 2022.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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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물줄기 따라 만나는 풍경과 사람들
60년만에 찾은 서창 고향집서 출발…매주 토요일 작가 설명회

김지연 작가의 사진전에서 만나는 작품 ‘영산강(영산포)’

김지연 사진작가(전주 서학동 사진관장)는 2년전,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어릴 적 친구에게서 서창 고향집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옛집을 떠난 지 60여년의 시간이 흐른 후 다시 찾아간 집에서 그는 자연스레 카메라를 들었다. 영산강의 지류인 광주천 서창대교 옆에서 태어나 난산마을에서 10살까지 자란 그에게 고향은 좋은 기억도 있지만, 또 그만큼 아픈 추억도 많아 ‘의도적으로’ 잊고 있었던 곳이었다.

영산강을 따라 가며 찍은 사진은 쌓여갔고, 이제 전시회를 통해 그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김지연 사진전 ‘영산강’이 오는 8월10일까지 생각상자 갤러리(광주시 동구 소태동 577의2)에서 열린다. 서울의 사진 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지난해 선보였던 전시로 줄곧 ‘광주 전시’를 염두에 두었다.

전주에 살고 있는 그에게 광주는 ‘회귀의 장소이자, 근원적인 것을 상기시키는 곳, 돌아가야할 마음의 공간’이었고 남도의 정서는 가슴에 박혀있었다. 어쩌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남광주역’전을, 류가헌에서 ‘안녕하세요., 광주극장’전을 연 것도 다 그 마음의 표현이었다.

“제 집이 있던 광산군이 광주로 편입된 지 오래여서 당연히 아파트로 변해 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친구 말을 듣고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았을 때, 내 근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영산강이라는 지리학적인 요소를 따라가는 것도 의미있지만, 그 곳에 남아있을 나의 이야기와 주변의 이야기들, 머릿 속의 기억들을 꺼내 붙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산강 함평천

영산강을 찍는 작업은 1년 반 동안 계속됐다. 그의 사진은 영산강을 다 담지는 못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을 중심으로 영산강 유역의 땅을 찾는 데 의미를 두었기” 때문이다. 고향집인 서창 다리 인근에서 시작된 사진찍기는 외갓집 동네 남평 정자교 주변, 아버지가 대촌에 세운 중학교 터, 외증조할머니의 조카가 살던 나주 배 과수원 주변으로 이어졌다. 또 강으로서의 임무를 마치고 서해바다에 이르는 목포 고하도의 풍경도 앵글에 담겼다.

영산강은 황룡강, 지석천, 극락천, 광주천, 함평천 등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이름으로 불려 어떤 이에게는 ‘새삼스러운 이름’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그 이름들을 호명하고 영산강을 따라 걸으며 만난 풍경과 사람들과 이야기를 채집했다. 강줄기를 따라 사람을 만나고, 이 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무심히 따라갔고, 새록새록 떠오르는 기억들이 동무가 됐다.

사실, 영산강을 찍은 사진들은 많다. 작가는 스냅사진처럼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앵글 대신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려했다.

“저의 과거, 저의 고향을 빌어 영산강을 끌어내려 했습니다. 저만 가질 수 있는 고유의 시선을 갖는다는 게 이 작업의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스펙터클한 장면이나,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내기 보다는 개인의 이야기로 영산강이라는 물줄기를 따라 흘러가보는 것도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물사진도 몇 점 만날 수 있다. 고하도 등에서 만난 마음 따뜻한 어르신들이다. 다큐멘터리 사진 작업을 오래 했던 그지만 늘 인물사진은 어렵다. 마을 빈집의 잡초를 일일이 뽑고 다니던 할머니는 “물 옆에 사는 게 겁나게 좋제”하며 웃었고, “자고 가라”며 마음을 전한 이도 있었다.

영산강 광주천

그의 말처럼 사진에 등장하는 영산강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앵글은 아니다. 시름, 역사, 고통이 넘실대는 탁하고 거친 물결이 굽이치는 곳이자, 변화의 한 가운데 있는 풍경이다.

김 작가는 사라지는 것에 늘 눈길을 둬 왔다. 열화당에서 사진산문집 ‘전라선’과 ‘감자꽃’을 펴냈고 ‘자영업자’전, ‘삼천원의 식사’전, ‘근대화 상회’전, ‘정미소’전, ‘나는 이발소에 간다’전 등 그의 작업은 잊혀지는 것, 소시민들의 삶에 맞춰져왔다. 전북 진안의 쓰러져가는 정미소를 고쳐 ‘공동체박물관 계남정미소’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아버지가 무료로 운영했던 중학교 졸업생과 지금은 사라진 학교 터에서 찍은 사진과 60년도 넘은 당시 ‘졸업사진’을 함께 내걸었다. 또 유난스럽게 좋아했던 할머니에 대한 소중한 기억은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힘들 때마다 꺾이지 않도록,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자신을 지탱해준 힘이었음을 새삼스래 깨달았다.

작가는 소중한 영산강의 이야기를 담은 사진집을 공들여 제작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앞으로는 오랫동안 살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눈길을 주지 못했던 전주의 뒷골목 풍경을 담아보려한다.

전시를 기획한 주홍 생각상자갤러리 관장은 “그의 사진을 보고 새삼 영산강 곁에서 내가 강물 처럼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그 탁한 물 속에 비쳐 흔들리며 사라지는 자기 자신과 마주칠 수 있는 귀한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매주 토요일(오전 11시~오후 4시)에는 작가에게서 직접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월~금요일 오전10시~오후 6시.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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