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6일~18일 인사동 토포하우스 전시회
김기춘·강선봉·박용채·신계순 등 14인 참여…축하음악회
“국민학교 6학년 때 그림을 그려보고 40년만에 그림을 그려보네요. 감격스럽습니다.”
지난 2011년 고흥 소록도에서 열린 한 행사는 온통 울음바다였다. ‘소록도- 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열린 전시회 개막식 현장. 국립소도록도 병원에서 열린 첫 전시이기도 했던 이날의 주인공은 마을 주민들이었다. 한센병 후유증으로 손가락이 없어 작품 제작이 어려웠지만 손에 끈으로 붓을 묶어 그림을 그려간 이들이다.
“당신들의 이야기를 이 화판에 그려보세요.” 미술 수업을 시작하던 날 곽형수 고흥 남포미술관장의 말은 소록도 주민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다. 그들은 소록도의 모래와 돌, 조개 등을 화판에 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소록도 작가들이 서울 전시에 나선다. 미술인들이라면 꼭 한번 전시를 하고 싶어하는 한국 미술의 중심지 인사동 갤러리에서다. 소록도 작가들의 모임 ‘해록예술회’(회장 김기춘) 전시회가 오는 7월6일부터 18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대표 오현금)에서 열린다.
전시는 소록도와 한센병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고 소통하는 기회이자 그림으로 힘든 삶을 지탱하며 소망을 가꾸어 온 소록도 주민들이 작품활동을 이어가며 치유의 삶을 살아가기 바라는 마음을 담은 기획이다.
‘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김기춘·강선봉·박용채·신계순 등 회원 작가 14명의 작품 60여 점이 걸린다. 출품작들은 소록도 중앙공원의 상징으로 한센병 퇴치를 염원하는 ‘구라탑(救癩塔)’, 환자들과 자녀들의 슬픈 만남의 장소 ‘수탄장(愁嘆場)’, 남생리 등대, 식량 창고 등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담은 그림과 위안을 주는 풍경, 정물, 서예 작품 등이다.
2016년 창립한 ‘해록예술회’의 출발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포미술관은 국립소록도병원 중증 환자와 주민들을 대상을 미술교육을 진행했다. 미술이 갖고 있는 ‘치유의 힘’을 믿은 곽형수 관장의 시도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손이 불편하고 나이도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겠느냐, 그림을 그리다 오히려 좌절감에 빠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 등 걱정도 많았지만 곽 관장은 “모든 걸 다 책임지지겠다”고 말하고 일을 추진했다.
‘그림 그리기’라는 새로운 경험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이도 있었지만 몇차례 참여하고는 포기하는 주민도 있었다. 그럴 때면 캔버스와 물감을 들고 강사와 함께 주민들의 집까지 쫓아가 설득하고는 했다.
‘해록예술회’는 국립소록도 병원에서 창립전을 가진 후 제주 KBS방송국, 고흥 남포미술관, 전남도청, 국회의원회관 등에서 22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서울 전시는 혜록예술회 작가들의 오랜 꿈이였고, 지난해부터 전시회를 준비해 성사됐다.
투석 치료 때문에 개막식에는 참여하지 못하는 이영래 작가는 “지금 몸이 아프지만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진통제를 맞을 때보다 나에게 더 기운을 준다”며 “그림을 그리는 게 나의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 전시는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이뤄졌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작가들과 해록예술회 고문이기도 한 곽형수 관장, 전남문화재단, 국립소록도병원, 고흥군, 토포하우스가 마음을 보탰다. 특히 남포미술관은 예술교육과 함께 소록도 주민들이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매년 전시회를 열어왔다. 또 2013년에는 소록도 병원 뒤편 옹벽에 크라우드 펀딩과 전문 작가의 도움을 얻어 소록도와 한센인들의 삶을 기록한 길이 110m 벽화를 제작, 설치 하기도 했다.
전시 개막식은 6일 오후 5시 열리며 ‘사월과 오월’의 멤버 백순진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문화포럼’의 축하 음악회도 열릴 예정이다. 문의 061-832-0003.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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