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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영산포에 문 연 ‘사직동 그 가게 나주에서 ’티베트 난민들과 친구할래요?

by 광주일보 2022.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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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받은 책으로 헌책방 운영, 티베트 어린이 도서관 지원
현지 제작한 수공예품 판매…평화음악회 등 행사도 개최

티베트 난민들을 지원하는 헌책방 등을 운영하는 ‘사직동 그 가게 나주에서’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나주 영산포에 문을 연 ‘사직동 그 가게 나주에서’(영산포로 170)에 들렀다 받아든 명함에 적힌 티베트 속담이다. ‘사직동 그 가게’는 티베트와 인연이 있는 공간이다. 인도 다람살라 티베트 난민촌을 근거지로 난민들의 경제적·문화적 자립를 지원하는 NGO 그룹 ‘록빠’를 거쳐간 한국인 활동가들이 지난 2010년 서울 경복궁 앞 사직동에 문을 연 게 출발이었다.

‘록빠’는 티베트 말로 ‘친구, 도움을 주는 이’라는 뜻이다. 록빠는 티베트 부모를 지원하기 위한 무료 탁아소를 열었고, 티베트 엄마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장과 가게를 운영한다. 또 어린이도서관 지원 프로젝트도 진행중이다.

‘사직동 그 가게 나주에서’ 전경

나주점은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 이 곳에서는 인도 록빠 작업장에서 제작한 수공예품을 판매하고, 마살라 짜이, 티베트 허브차 등 음료를 판매한다. 티베트 여성들이 작업장에서 직접 짠 직물과 액세서리, 옷, 바구니 등 다양한 물품이 즐비한 공간에서 군데 군데 눈에 띄는 게 ‘책’이다.

‘사직동 그 가게’는 헌책을 판매하는 작은 책방을 운영중이다. 책방에는 전국 각지에서 나주로 여행 온 책이 모여 있다. 서울 가게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나주 책방 소식을 듣고 기부해 준 책들이었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보내진 책은 2000여권에 달하고 소중한 책은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티벳 친구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사직동 그 가게에 애정이 있는 한 사람으로 작게나마 활동에 참여하게 되어 기쁜 마음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책들을 골라보냅니다. 그동안 사람들과 잘 나눠 읽던 책을 조금 추려 보았어요. 나주의 작은 책방에서 또 필요한 누군가에게 전달된다면 참 기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책방 만들어주시길 응원해요.”

자신이 읽은 그림책과 함께 삐뚤빼뚤한 글씨로 편지를 보낸 ‘하늘이’처럼 많은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보내주었다. 그래서 그 어느 헌 책방보다 ‘사고 싶은 책, 읽고 싶은 책’이 많다. 주인장은 전국에서 보내준 책을 받아들고 고마운 마음과 놀라움을 함께 느꼈다.

티베트 수공예품 판매 ‘사직동 그 가게 나주에서’

오래된 가게에 딸려 있는 방 안으로 들어서면 색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낮은 좌식 책상과 함께 책들이 쌓여있다.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탁자도 놓여있다. 마치 보물찾기 하듯, 퀄리티 높은 책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더 없이 좋다. 책 판매 수익금은 전액 티베트 어린이 도서관 프로젝트에 사용되며 티베트 어린이들이 읽을 그림책을 출판하는 일에도 쓰인다.

가게 주인장은 인도에서 티베트인 남편과 함께 2004년 ‘록빠’를 설립한 한국인 여성 ‘빼마’(티벳어로 연꽃이라는 뜻)다. 빼마는 인도에서 18년 동안 살았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한국에 들어온 그는 지난해 우연히 목포에 들렀다 나주를 방문했다. 막연히 ‘탈 수도권’을 생각하던 그는 낡은 공간이 마음에 들어 30분만에 이 곳에 가게를 열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 모든 시골은 비슷비슷한 모습인데 영산포 거리의 2층 건물들은 모양이 다 다른 게 매력이었다. 3000m 높이 히말라야에 살았던 그에게 넓은 나주평야나 강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그는 ‘여행자의 시선’이라고 말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동안 그는 줄곧 “나주에 어떻게 스며들지”에 대해 고민했다. 서울과 달리 인적·물적 인프라가 열악한 곳이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멀리서 찾아와 준 서울 친구들, 나주와 인근 전남 지역에서 사귄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꾸몄다. 뮤지컬 다큐멘터리 ‘Planet A’를 관람하고 해남 수제 맥주, 목포 가정식 비건 식당 ‘최소한끼’가 참여한 ‘비어 피스 나잇’을 개최했고 평화음악회, 영산포 골목길 여행길 등이 어우러진 ‘나주 한톨 잔치’를 열었다.

‘사직동 그 가게 나주에서’

“사람들이 이 먼 곳까지 와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을 무척 신기해 해요. 서울에서는 마켓도 열고 잡지도 만들고 농사도 지었어요. 이곳에서도 즐거운 에너지를 가지고 재미있게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했습니다. 가게를 찾아오는 이들과 진득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아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뤄지는 교감은 오래 가더군요.”

‘사직동 그 가게 나주에서’는 7월까지 운영하고 ‘시즌 1’을 마무리한다. 빼마는 다시 인도로 들어가고, 겨울에 돌아와 ‘시즌 2’를 시작한다. 대신 8월부터는 매주 ‘토요마을가게’가 운영된다. 록빠의 상품들과 함께 시리아인 등 나주에 살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물건을 나누고, 만날 수 있는 공간들로 꾸민다. 책방은 지속적으로 운영된다.

금~월요일 오픈. 낮12시30분~오후 6시30분. 인스타(https://www.instagram.com/sajikdong_naju) 확인.

/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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