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칼럼10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육짬뽕이 늘어난 이유 요리사들은 새벽에 장을 보러 많이 다닌다. 아무래도 생선장을 중시한다. 생선은 좋은 물을 보자면 직접 가는 게 아무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요리사 생활을 하면서 어물, 생선의 위기를 크게 느낀다. 장이 점점 썰렁하고 양이 적어졌다. 한국은 1인당 수산물 소비량 세계 5위 안에 들어가는 나라다. 건강을 위해 수산물을 많이 먹으라고 국가 의료체계에서 독려하는 나라이고, 과거에는 값이 싸서, 요즘은 미식으로도 수산물을 소비한다. 수산물은 이제 제철을 만난다. 봄이 지나면 어황이 변변찮아지고, 봄은 유독 산란철이 많아서 금어기가 길다. 여름도 마땅한 주력 어종이 없다. 가을 초입에 고등어와 전어, 낙지, 굵어진 오징어를 시작으로 수산물 사정이 나아진다. 올해는 영 분위기가 안 좋다. 서울의 요리사들은 .. 2022. 10. 22.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이탈리아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이탈리아 사람을 화나게 하는 방법.’ 이런 제목의 인터넷 ‘짤’이 돈다. 내용은 이렇다. “1. 파인애플을 올린 피자를 이탈리아인에게 내밀자, 그가 분노하는 모습.” “2. 아이스 아메리카노 앞에서 이탈리아인이 화내는 모습. 또 다른 건 한국의 한 카페 메뉴인데 ‘Non Coffee’라는 항목의 메뉴에 주스류와 함께 아메리카노를 써 놓은 사진.” 이 사진을 본 사람들 반응은 여러 갈래다. 일단은 재미있게 보았다고 느낀다. 음, 이탈리아인은 이런 메뉴를 싫어하나봐. 하나 알게 되었어. 흥미로운걸. 이 정도의 반응이 제일 많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많다. 교조적인 게 아니냐, 음식이 다른 나라에 가면 변할 수도 있지 화를 내는 건 뭐냐. 나아가서, 귤이 회수를 건너 .. 2022. 9. 24.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광주 중국집의 김치 한국의 오래된 도시에는 유서 깊은 식당들이 있다. 그중에서 중국집의 존재도 뚜렷하다. 화교는 임오군란 이후 조선반도에 들어와 살다가 1949년 중국에 인민공화국이 생기고 국교가 단절되면서 생겨난 구체적인 디아스포라다. 화교란 말 자체가 이주한 자를 뜻하는 ‘교’(僑)라는 한자를 쓴다. 오도가도 못하게 된 화교의 주업이 포목점과 주물, 이발, 채소 재배, 그리고 우리들의 기억에 선명한 중국집이다. 광주는 화교세가 꽤 셌다. 호남의 목포·군산·전주·익산과 함께 화교 학교가 있어서 자체적으로 기초 교육을 감당했다. 인구가 충분하지 않으면 학교를 열 수 없었다. 화교는 광주에도 많은 중국집을 열었고 시대에 따라 명멸했다. 그중에서 시내에서 아직도 영업하면서 중국집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집들이 있다. 금남로에 .. 2022. 6. 4.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소갈비는 못 먹어도 ‘고갈비’는 먹어야지 청년기에 누가 ‘고갈비’를 사 준다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고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이삼십 년 전쯤 술자리에서 흔하게 보던 생선. 아시겠지만, 고갈비는 그냥 고등어구이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도시의 포장마차나 민속주점, 학사주점 같은 허름한 술집에서는 흔하게 고갈비를 팔았다. 평범한 고등어구이를 내고 안주값을 받자니 머쓱했던지, 주인은 꼭 빨간 소스를 뿌려 냈다. 그래서 서울에선 고갈비 하면 양념을 끼얹은 고등어 정도를 의미했다. 고등어는 오랫동안 제일 흔한 생선이었다. 고등어가 귀하고 맛이 좋아서 고등(高等)어라는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 ‘자산어보’에는 푸른빛이 있다 하여 벽문어(碧紋魚)라고 기록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에 고도어(古刀魚)라는 호칭이 나온다. 아마 이게 고등어로 발음이 변했을 .. 2021. 9. 26.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