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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칼럼니스트9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옛날 국수 공장을 가다 예전에 어느 오래된 국수 공장을 간 적이 있었다. 치렁치렁한 국숫발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광경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 주었다. 주인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누가 요새 이런 국수 사 먹나요. 마트에 가면 싼 국수가 널렸는데.” 낡은 기계였다. 어린 시절에는 국수 가게가 동네마다 여럿 있었다. 아마도 경쟁도 했을 것이다. 어느 국수 가게가 더 맛있는지, 더 싼지 놓고. 이제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가게다. 주인이 낡은 철물로 된 기계를 돌려서 밀가루 반죽을 해서 기계에 걸었다. 해소 기침하듯, 기계는 쿨럭이며 돌아갔다. “기계 부속을 구할 수 없어서 직접 깎아 만들거나 한다우. 이제 다 된 기계지.” 공장은 불량이 없어야 하고 생산성이 높아야 한다. 생산성 면에서 이런 가게는 할 말이 없다... 2022. 3. 13.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소갈비는 못 먹어도 ‘고갈비’는 먹어야지 청년기에 누가 ‘고갈비’를 사 준다고 해서 크게 기대를 하고 갔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이삼십 년 전쯤 술자리에서 흔하게 보던 생선. 아시겠지만, 고갈비는 그냥 고등어구이를 달리 이르는 말이다. 도시의 포장마차나 민속주점, 학사주점 같은 허름한 술집에서는 흔하게 고갈비를 팔았다. 평범한 고등어구이를 내고 안주값을 받자니 머쓱했던지, 주인은 꼭 빨간 소스를 뿌려 냈다. 그래서 서울에선 고갈비 하면 양념을 끼얹은 고등어 정도를 의미했다. 고등어는 오랫동안 제일 흔한 생선이었다. 고등어가 귀하고 맛이 좋아서 고등(高等)어라는 얘기는 전혀 근거가 없다. ‘자산어보’에는 푸른빛이 있다 하여 벽문어(碧紋魚)라고 기록되어 있고, ‘동국여지승람’에 고도어(古刀魚)라는 호칭이 나온다. 아마 이게 고등어로 발음이 변했을 .. 2021. 9. 26.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갈비라도 구워 봅시다 뉴스에 툭 하면 ‘소고기 원산지 속인 일당 검거’ 이런 기사가 뜬다. 원산지를 속이면 이익이 있다는 뜻이다. 원산지를 위조한다는 건 수입을 국산으로 속인다는 의미다. 국산이 더 고평가 받기 때문이다. 부위마다 다르지만 최소 두 배에서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소·돼지·닭고기가 모두 그렇다. 국내산으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국산은 귀하고 비싸다. 특히 갈비는. 수입산이 최고로 대접받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고기도 수입산을 더 쳐 주었다. 한우보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고기가 더 좋다고 생각했다. 미군부대가 있는 주요 도시에는 도깨비시장이 있었고, 부대에서 유출된 고기를 몰래 팔았다. 엘에이(LA)갈비가 히트를 친 것도 이런 도깨비시장 유출품에서 비롯됐다. 미국에선 갈비가 그다지 고가 부위가 아닌데다.. 2021. 6. 6.
[박찬일의 ‘밥 먹고 합시다’] 바닷고기의 운명 어느 연구기관의 최근 발표다. 2048년이면 우리도 어업의 종식을 맞이할 것이란다. 바다가 다 망가져서 고기가 없어진다는 얘기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다. 마침 흑산 바다를 무대로 한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해서 반응이 좋던 차에 우리 바다의 어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남획과 기후변화 그리고 오염 등이 바다를 망친다고 한다. 바다를 목장이니 밭이니 하여 양식도 하고 그 너른 곳을 무대로 먹고사는 이가 한둘이 아니건만, 미래가 암울한 건 사실인 듯하다. 당장 현실적인 체감도 상당하다. 새벽에 서울의 수산물 수요를 상당 부분 책임지는 노량진시장에 나가 봐도 별 다른 어물이 없다. 제일 활기찬 경매 부류는 활어다. 양식이 대부분이라 공급이 넉넉한 까닭이다. 냉동 부류도 물건이 많고 거래가 활발하다. 당장 .. 2021.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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