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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 우리식물5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숲에서 만나는 고양이의 눈 ‘영광의 괭이눈’ 식물 세밀화를 그릴 때에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이 있다. 나무의 경우 3년지까지 그려야 하고, 식물의 전체 모습에는 꽃이나 열매 같은 생식기관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림 속 식물은 실제 크기보다 같거나 커야 한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식물종의 특징을 잘 파악할 수 있는 정도라면 확대율은 기록자의 자유다. 내가 그동안 그려온 식물 중 크기가 가장 작은 종은 애기괭이눈이었다. 지상부 높이 5센티도 되지 않는 이들을 세로 30센티 이상의 종이에 확대해 그리기 위해 나는 더욱 세밀히 관찰해야 했다. 나는 3월 중순이면 괭이눈속을 만나기 위해 작업실 근처 숲 개울가 근처를 서성인다. 이들은 크기가 매우 작아 땅에 얼굴을 가까이 두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사진과 그림으로만 괭이눈을 봐온 .. 2023. 4. 15.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변산반도의 아네모네, 변산바람꽃 어딘가로 여행을 갈 때면 나는 늘 식물이 있을 만한 장소를 찾아다닌다. 식물을 공부한 후로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 버렸다. 파리에서 요리 공부를 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프랑스로 떠났을 때도 그랬다. 유럽은 식물 연구를 오래 해 온 데다 문화도 발달하여 아무리 도심일지라도 식물과 관련된 장소가 많다. 파리 주변의 식물원과 수목원, 공원, 개인 정원, 자연사박물관 그리고 자연과학 서적을 판매하는 책방 등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더 이상 갈 만한 식물 장소가 없어지자 나는 모네의 수련 연작을 보기 위해 오랑주리 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 동안 미술관을 헤매는 내 발길을 멈추게 하는 작품이 있었는데, 그것은 앙리 마티스의 것이었다. 그의 그림 속 어느 방 테이블 위에는 몇 송이의 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꽃을.. 2023. 1. 22.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똥나무에서 돈나무가 되기까지 최근 부쩍 주변 사람들에게 식물 재배 방법과 식물 장소를 추천해 달라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만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퇴근길 꽃 가게에서 꽃을 사고, 화분 놓을 장식장과 식물 조명을 구입할 정도로 식물을 가까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체 화훼 소비량의 80% 이상은 축하·행사용 꽃 소비가 차지한다. 결혼식이나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행사와 어버이날, 스승의 날과 같은 기념일 그리고 개업식, 집들이 선물을 위해 우리는 식물을 산다. 나의 부모님은 평소 내가 원예학도인 것을 잊은 듯하면서도 지인의 개업식이나 집들이를 위해 위해 화분 선물할 때에 꼭 내게 “너 원예학과니까 화분 좀 주문해 봐”라고 하신다. 그러면 나는 핸드폰으로 주변 화훼 농장과 상점을.. 2022. 11. 27.
[이소영의 ‘우리지역 우리식물’] 완도 호랑가시나무와 어떤 과도기 내게는 식물 책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다. 지난달 책장을 정리하다 우리나라 1세대 식물학자인 장형두 선생의 책 ‘학생 조선 식물 도보’(1948년)를 발견했다. 장형두 선생은 해방 이후 펴낸 이 책 속 모든 글을 우리말로 썼다. 식물은 묻사리, 학명을 갈 이름으로. 그렇게 일본 말을 완전히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마지막에는 ‘우리나라 국명과 일본명 맞대보기’장이 있다. 선생은 이 장 꼭지에 이렇게 일러두었다. ‘일본명을 여기에 쓴 것은 아직까지 일본 말 참고서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 비추어 똑바른 우리말 이름을 찾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려는 과도기적 조치다.’ 나는 ‘과도기적 조치’라는 말을 되뇌었다. 왜냐면 나 역시 내가 그리는 그림이 ‘식물 세밀화’라는 용어로 알맞지 않지만 선생의 말씀처럼 과도기적 .. 2022.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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