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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이야기4

[고규홍의 나무생각] 나무의 생존 전략에 담긴 단풍과 낙엽의 비밀 가을비 내리고 시나브로 나무에 가을빛이 뚜렷이 올라온다. 노란색에서 빨간색이나 갈색에 이르기까지 나무마다 제가끔 서로 다른 빛깔로 달라질 태세다. 단풍이다. 단풍의 ‘단’(丹)은 붉은 색을 뜻하는 글자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랗게 변한 은행나무 잎도, 갈색으로 물든 도토리나무 잎도 모두 ‘단풍 들었다’고 말한다. 원래 글자 뜻과 달리 단풍은 가을에 바뀌는 모든 빛깔을 말한다. 나무에게 단풍은 겨울 채비의 첫 순서다. 단풍이 드는 것은 나무의 모든 생애에서 가장 치열한 생존 활동이다. 에멜무지로(대충) 가을을 보낸다면 엄동의 북풍한설을 견디지 못하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울의 긴 휴식을 위해서 나무가 준비해야 할 일은 하고하다. 바람에 가을 기미가 느껴질 즈음부터 나무는 잎과 가지를 잇는 물의.. 2021. 10. 4.
[고규홍의 나무생각] 벽오동과 함께 대나무를 심은 뜻은 벽오동은 이름만 봐서는 ‘오동나무’와 가까운 식물처럼 생각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오동나무와 친연(親緣) 관계가 없는 나무다. 오동나무가 현삼과에 속하는 식물인 것과 달리 벽오동은 그와는 전혀 다른 벽오동과의 나무다. 하지만 벽오동 잎이 우리나라의 나무 가운데 잎 한 장의 크기가 가장 큰 나무인 오동나무 잎을 닮았다는 사실이 옛 사람들의 눈에 들어왔던 모양이다. 벽오동이나 오동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나무 가운데 잎이 가장 큰 나무다. 잎 한 장의 길이나 너비 모두 25센티미터쯤까지 자란다. 어른 손바닥은 물론이고, 얼굴까지 가릴 만큼 크다는 점에서 두 나무의 잎은 비슷하다. 그러나 오동나무와 벽오동은 꽃과 열매가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차이는 줄기 껍질의 빛깔에 있다. 오동나무의 줄기는 암갈색.. 2021. 7. 11.
[고규홍의 나무 생각] 꽃도 피우지 않고 열매를 맺는 나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뒤 더 멀리 씨앗을 퍼뜨려 생존 영역을 확장하는 건 모든 나무의 생존 본능이다. 사람의 눈에 뜨이든 안 뜨이든, 세상의 모든 나무는 꽃을 피운다. 꽃 피고 지는 시기로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는 일이 이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그럴 만큼 계절의 흐름이 혼란스럽던 지난봄에도 나무들은 제가끔 자신만의 꽃을 피웠다. 꽃 지자 이제 열매 맺고 씨앗을 키울 차례에 돌입했다. 크든 작든, 화려하든 밋밋하든, 모두가 꽃을 피우던 지난봄. 무화과나무는 꽃도 피우지 않고 열매부터 먼저 맺었다. 그리고 여느 나무들이 도담도담 열매를 키워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초여름 햇살을 한껏 받아들이며 한창 열매를 키우는 중이다. 꽃(花) 없이(無) 열매(果)를 맺는다는 뜻의 이름처럼 무화과나무는 정말 .. 2021. 6. 12.
[고규홍의 나무 생각] 하늘과 바람과 별을 따라 몸을 바꾸는 나무들 나무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제 살 곳을 찾아 흘러 다니다가, 한 번 머무르게 된 자리에서 자기만의 삶의 방식으로 별다른 변화 없이 수굿이 살아간다. 물론 나무도 뭇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눈에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때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거개의 나무는 오랜 시간을 두고 바라보아야 그 생명 안에 든 깊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꽃이나 단풍의 경우 짧은 순간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드러내며 사람의 눈을 끌기도 하지만, 대개의 나무는 보일락 말락 할 정도로 천천히 제 멋을 드러내는 것이다. 중국에서 들여와 국내의 몇몇 정원에서 심어 키우는 원예식물 가운데 ‘삼색참죽나무’라는 아주 특별한 나무가 있다. 세 가지 빛깔을 가진 참죽나무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세 가지 빛깔 가운데 플라밍고로 불리는 홍학의 깃털 빛.. 2021.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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