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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20

낙엽 : 마스크 한장에…무감각해진 계절 변화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갓 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 암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낙엽의 산더미를 바라보며 향기로운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가로수 나뭇잎들이 바람과 함께 흩날린다. 가을날 잎들이 바람에 쓸리듯이 내 마음도 정처 없이 나부낀다. 이런 계절이면 학창시절 읽었던 교과서 속 시와 수필에서 떠오른 몇 구절로 문학소녀같은 감성에 젖어본다. “음영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허전한 뜰 한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상념에 잠겼던” 소설가처럼 낙엽을 모아 태우면서 연기처럼 지난날.. 2020. 11. 8.
[김은영의 그림생각] 오늘도 무사히 : 택배기사 근로환경 하루빨리 바뀌기를… 올해 들어 택배기사 13명이 과로 등으로 사망했다는 뉴스가 충격을 주고 있다. 숨이 턱턱 막히도록 뛰어다녀야 할 택배업무의 극한적인 상황을 어찌 다 알 수 있겠는가마는 정말 마음이 너무 아프다. 가끔 딸아이가 밤늦은 시간에 인터넷 주문을 통해 이튿날 새벽에 배송 받는 것을 보고 “이런 배달의 신세계가 있다니!”하고 감탄했던 나도 일말의 책임이 있을 것 같다. 읽고 싶은 책을 살 수 있는 책방이 거의 없어져 도서구입만은 인터넷으로 주문하곤 했는데 당분간은 독서도 참아야겠다. 새벽배송, 총알배송, 로켓배송이 가져온 소비자들의 편리함 이면에 인간다운 삶을 저당 잡힐 수밖에 없는 택배기사들의 살인적인 근로환경이 있었기에 지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영국의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창립자로서 18세기 영.. 2020. 11. 1.
[김은영의 그림생각] 메세나 : 불후의 명작 배출…로렌초의 조건없는 후원 최근 지역미술계에서 한 기업인이 어느 화가에게 전폭적인 후원과 함께 전시회를 마련해 주었다는 메세나 미담이 화제다. 작가가 밥벌이를 해야 하는 번민 없이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 년여 기간을 후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단지 돈이 많아서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예술 애호는 기본이고, 지역에서의 기업 활동을 통해 성공을 이룬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예술가들을 후원함으로써 표현하고자 했던 높은 시선의 철학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 같다. 인문학자들과 예술가들을 조건 없이 후원하기로는 세계 최고의 부자 가문이었던 메디치가를 으뜸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메디치 가문의 3대 통치자였던 로렌초 데 메디치(1449~1492)의 미켈란젤로 후원은 메세나 정신의 절정이다. 이탈리아 화가 오타.. 2020. 10. 25.
‘테스형’ : 유행가에 등장한 철학자, 어색하지가 않네 [김은영의 그림생각] 가히 신드롬이라 할만 했다. 추석 연휴 주인공이었던 나훈아발 열풍은 우리 사회의 모든 이슈를 단번에 압도했던 것 같다. 뉴스를 보느라 콘서트 전반부를 시청하지 못한 아쉬움은 잠시, 말미에 ‘테스형’을 들으면서 금방 따라 부르게 하는 중독성에 마음이 달래졌다. 누가 유행가 가사를 통속적이라고 했던가. 유행가에는 사랑과 이별은 물론 우리 삶의 희로애락이 가사와 가락에 절절이 담겨있어 우리 마음을 적신다. 어떤 때는 철학책 몇 권을 읽는 것보다 더 나은 인생의 통찰을 만나게 된다. 마침내 유행가 제목에 철학자가 등장한 것이 어색하지 않은 이유일 것이다. 소크라테스에게 사랑이 왜 이리 힘든지, 세월은 왜 또 저러는지 질문하고 푸념하는 가객의 노래를 떠올리며 그림 속 소크라테스를 소환해본다. 프랑스 혁명시기의 화.. 2020.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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