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남·노은주 지음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집에 대한 애착이 강한 국민은 없다. ‘의식주’ 라는 말에서 보듯 주거는 음식과 의복과 함께 생존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집에 대한 관점이나 생각들은 각기 다르다. 문제는 지나치게 크기에 집착한다는 데 있다. 마치 집이 커야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집을 짓는다는 것을 물리적인 자체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기둥을 세우고 벽을 붙이는 등 일련의 구조적인 측면만을 염두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좀 더 숙고해보면 집을 짓는다는 것은 ‘가족의 생활을 깔고 이야기로 기둥을 세우며 지붕을 덮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 자체로 다양하면서도 풍부한 이야기 일테면 지난 시간의 역사와 풍습, 사람들의 숨결이 골고루 깃들어 있다. 그러한 집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나무처럼 자라는’ 특징을 지닌다.
부부 건축가 임형남·노은주가 집과 땅, 사람 이야기를 담은 ‘나무처럼 자라는 집’을 펴냈다. 지난 30여 년 꾸준히 집을 설계해 온 부부의 집에 대한 성찰과 건축 철학이 오롯이 담겼다. 부부가 20년 전에 출간한 책을 새롭게 개정 증보판으로 묶어 낸 것. 사실 부부는 첫 번째 집을 설계하고 완성한 후 그 이야기를 담았었다.
“건축을 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땅을 만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의 물질을 한 용기에 넣고 휘휘 저을 때 화학 반응이 일어나듯, 그런 만남 속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상처가 만들어지고 기쁨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결국 모든 일은 삶으로 귀결된다. 저자들은 집을 짓는 것도 삶이고 설계하는 과정도 삶이며 자연의 재료를 섞어 집을 지어나가는 것도 삶이라고 본다.
책에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집은 땅과 사람이 함께 꾸는 꿈’이라는 주제에 닿아 있다. 이들은 한국 건축은 일본과 중국과 달리 공간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충남 금산 외곽, 진악산이 마주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금산주택이 그 예다. “마루에 앉으면 산이 걸어 들어오고 발아래 경쾌하게 흘러가는 도로를 내려다보는 시원한 조망”이 그 집의 특징이다.
이들은 진악산을 바라보는 긴 집을 주인에게 권했다고 한다. 집의 조건이 조선시대 퇴계 이황의 ‘도산서당’과 유사했다는 것이다. 교육자인 집주인, 학생, 동료 선생님, 책들을 위한 공간이 탄생하게 된 것은 그 같은 연유에서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제따와나 선원은 일명 ‘처음도 과정도 결과도 줄거운 중도의 집’이다. 당시 선원장 스님은 집착을 벗어버린 수행 공간을 원했다. 저자들은 ‘중도’의 개념을 모토로 현대 생활습관에 적합하게 설계했다. 그렇게 해서 처음과 과정 그리고 결과가 즐거운 중도의 정신이 구현됐으며, 2020년 아시아건축사협의회 건축상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저자들은 좋은 집은 집을 닮는다고 입을 모은다. 집은 사람이 짓지만 시간이 완성한다는 의미다. 달리 말하면 ‘집 스스로 완성을 유보한 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완성되어간다’는 것이다.
부부 건축가는 옛집도 좋아한다. 그곳에 가면 주인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명 ‘작지만 생각이 큰 집’은 집을 읽는 즐거움 외에도 사는 자손들에게는 집안의 내력을 자연스레 물려준다.
<인물과사상사·1만9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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