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곡 작업 박민선·재즈 보컬 애쉬…빈시율·하율 남매 랩송
광주문화발전소, 함평 나비엑스포 공원에 ‘호남가 노래비’ 건립
매년 열리는 ‘임방울국악제’에는 소리를 좋아하는 아마추어들이 참여하는 경연도 있다. 참가자들이 행사에서 부르는 노래는 국창 임방울 선생이 즐겨 불러 많이 알려진 ‘추억’,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 그리고 ‘호남가’다. 이중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랴하고’로 시작되는 ‘호남가’는 우리 소리를 아끼는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곡이다.
시대를 넘어 민중들 속에서 불리운지 200여년이 넘은 ‘호남가’를 기억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업이 이뤄져 화제다. ‘호남가’가 재즈와 랩으로 불려지며 함평 나비엑스포 공원에 ‘호남가 노래비’가 건립된다.
‘호남가’는 함평에서 시작해 광주, 해남,제주를 거쳐 전북 익산까지 호남지방 50여 고을의 지명을 나열하며 지명의 뜻과 그 지방의 특색, 풍광을 노래한 437자의 단가(短歌)다. ‘호남가’의 시작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전라관찰사를 지낸 이서구(1754~1825)가 지었다는 설과 구전되어 오던 것을 19세 중엽 신재효(1812~1884)가 고쳐 지었다는 설이 있으며 이본(異本)도 대여섯 개 존재한다. 학계에서는 지은이를 특정하지 않고 이서구· 신재효 등이 기초한 것을 바탕으로 후세사람들이 지역에 따라 달리 부르며 구전되어 온 민중의 노래로 정의하고 있다.
‘호남가 노래비’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사단법인 광주문화발전소는 오는 7월 열리는 호남가 노래비 제막식 행사에서 호남가를 재즈와 랩으로 편곡해 발표한다.
노래비 제작에는 함평포럼, 서울· 광주·목포지역 함평향우회, 함평번영회, 그리고 호남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동참했고 140여명이 20만원~100만원씩 출연해 5000여만의 기금을 모았다. 노래비는 가로 4.5m, 세로 3.8m 크기로 제작됐으며 서예가 금초 정광주 선생이 글씨를 썼다.
재즈로 탄생하는 ‘호남가’ 편곡은 미국 버클리 음대 학사, 맨하탄 음대에서 재즈 피아노 석사학위를 받은 박민선씨가 맡았다. 노래는 뉴욕대 대학원 출신 재즈 보컬 애쉬(Ash)가 부른다. 박민선 프로젝트 그룹은 지난해 마리아칼라스 홀에서 재즈x민요(The songs of Nostalgia)타이틀로 민요와 재즈 콜라보 작업을 진행했다. 중국 복단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한 애쉬는 2021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에 ‘애쉬퀄텟’ 리드 보컬로 출연했으며 창작뮤지컬 ‘예그리나’에서 주역으로 열연했다.
랩송은 광주시립창극단 작품에서 어린 심청과 홍보아들 역을 맡았던 빈시율(장덕초 5)·하율(장덕초4) 남매가 부른다. 지도는 김연옥(광주시립창극단 차석) 명창이 맡았다. 임방울국악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한 김명창은 7월 열리는 제막식에서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5호 고법 보유자 박시양의 북장단에 맞춰 정통 버전 ‘호남가’를 부를 예정이다.
박민선 편곡자는 민요나 음악들이 세계적인 음악 언어로 만들어져 K-컬처로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그는 “가사 자체가 호남의 여러 고을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어 반복적인 부분들이 잘 드러나도록 고을마다 구분해 편곡했고, 재즈와 국악을 동시에 아우르는 음악적 지점을 찾으려 노력했다”며 “특히 노랫말과 노랫말 사이에 등장하는 보컬의 스캣과 피아노 솔로 즉흥연주는 재즈의 묘미로, 이 즉흥연주를 호남가 노랫말과 함께 즐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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