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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은기자

‘國花’ 통해 현상 너머 본질을 찾다…손봉채 개인전

by 광주일보 2022.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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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작업 ‘꽃들의 전쟁’ 연작 첫선, 6월6일까지 김냇과

손봉채 작가의 5년 만의 신작 ‘꽃들의 전쟁’

“아니요. 완전히 접습니다.”

기존 시리즈와 작업을 병행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20년간 천착해온, 자신을 각인시킨 대표 시리즈를 내려 놓고 새롭게 시작하는 작품에 ‘올인하겠다’는 각오로 읽혔다.

설치미술가 손봉채 작가가 새로운 시리즈 ‘꽃의 전쟁’을 선보이며 또 다른 작품 세계를 열어간다. 새로운 시도는 작가에게도, 그 작품을 만나는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일이다.

오는 6월6일까지 문화공원 김냇과에서 열리는 ‘현상과 본질’전은 그가 5년 동안 모색해온 신작을 선보이는 자리다. 손 작가가 광주에서 개인전을 갖는 건 13년여만으로 신작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표작을 함께 풀어놓으며 새 출발을 알린다.

손 작가는 소나무가 주소재인 입체회화 ‘이주민’ 연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감성이 동시에 느껴진다. 여러장의 폴리카보네이트에 그림을 그려 레이어를 쌓아가며 입체감을 만드는 작업은 노동집약적인 공력이 들어가고, LED와 전기를 적극적으로 활용, 현대적 기법과 재료도 적극 차용한다.

이번 신작은 ‘꽃그림’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 한참을 머물다 갔다. 볼수록 새로움이 보이고,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화사한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화폭은 얼핏 생화나 조화의 실물을 액자 안에 넣은 것처럼 보인다. 어떤 작품은 사진처럼도 보인다. 투명판에 손으로 그린 작품이라는 걸 발견한 관람객들은 짧은 탄성을 지른다.

전시에 나온 신작은 모두 9점. 큰 작품은 6개월간 꼬박 작업했다. 그는 17년전부터 ‘꽃’을 소재로 한 작업을 구상하며 스케치 작업 등을 이어갔지만 그 꽃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은 좀처럼 답을 찾지 못했다. ‘꽃’에 담길 스토리에 대해 고민하던 중, 파리 드골 공항에 일렬로 걸려있던 각 나라의 국기를 보며 영감이 떠올랐다. ‘국화’(國花)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겠다 싶었다.

‘꽃들의 전쟁’

‘이주민’ 연작은 마치 수묵화같은 차분하고 묵직한 느낌과 공간 구성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얼핏 조화처럼 보이는(작가의 의도다) 키치적 느낌을 담은 꽃으로 변신은 얼핏 그 ‘간극’이 커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동일하다. 현실과 본질의 차이, 그 진실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주민 연작은 살아남기 위해서 뿌리 하나 하나를 내리며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입니다. 조경수로 사랑받는 소나무는 잘 가꿔져 멋있게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투쟁의 과정이 담겨있죠. 지금 당신이 보는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냐 소나무가 질문을 던지는 거죠. 이번 시리즈도 동일합니다. 겉으로 화려하고 평화롭게 보이는 꽃의 세상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온힘을 다해 살아내려는 모습이 보입니다. 각 나라의 국화가 한데 어우러져 있지만 그 내부에서는 전쟁, 무역 다툼 등 치열하고 냉엄한 현실이 내재돼 있습니다. 그 진실을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

손 작가는 이 아름다운 꽃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이 진짜인지, 한 데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정말 ‘조화로운’ 모습인지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전시에는 원화와 에디션 작품이 동시에 나왔다. 에디션은 일률적으로 ‘똑같이’ 찍어내지는 않고, 각 작품마다 조금씩 다른 ‘꽃’들을 품고 있어 흥미롭다. 원화는 중첩된 꽃의 이미지와 색을 보여주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시그니처인 조명을 넣지 않았다.

‘이주민’ 연작도 여러 점 전시돼 있다. 수묵의 느낌이 강한 흑백의 작품부터 푸른색 등 다채로운 색깔을 넣은 작품까지 시리즈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침 김냇과에 전시된 에디션 원작은 현재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다시봄’전에서 만날 수 있다. 미술관에는 1997년 최연소 작가로 참여해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광주비엔날레 참여작품 ‘본질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전시돼 손 작가의 ‘처음’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특히 인기가 높았던 손 작가는 코로나 사태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는 하반기 부터 새 시리즈를 들고 미국 뉴욕 등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그는 젊은 시절 뉴욕 프랫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하고 귀국하며 작품의 터닝포인트를 맞았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메세나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김냇과(후원회장 박헌택 영무토건 대표)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손작가는 김냇과 2를 작업실로 제공받아 활동하고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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