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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재기자

[르포-세월호 8주기 맹골수도 선상추모식] “속절없는 8년 세월…슬픔만 흐르네요”

by 광주일보 2022.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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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먹한 추모식 말없이 헌화
요원한 진상규명 미안함에
아이들 이름조차 못 부르고
야속한 바다만 묵묵히 응시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앞두고 10일 열린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진도군 맹골수도 참사 해역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보고 싶다, 아들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사랑한다….”

한순간에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들은 8년이 지난 오늘도 도저히 슬픔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제8주기 세월호 선상추모식이 열린 10일 오전 7시 목포시 죽교동 목포해경전용부두. 안산에서부터 5시간여 새벽길을 달려 목포를 찾은 유가족들은 배에 탑승하기 전부터 무거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1년에 단 한 번 떠나버린 가족을 만나는 날이지만 동시에 가장 마음 아픈 날이기도 하다. 도와줄 길도 없이 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날,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구조조차 받지 못한 아이들의 애타는 목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 했다.

세월호 유가족 28명을 비롯한 4·16재단 관계자 등 66명은 이날 오전 7시 30분 3000t급 해경함정 3015호에 탑승해 진도 맹골수도로 출항했다.

유가족들은 3시간여 뒤, 항해 거리 96여km(52마일)을 지나 진도군 조도면 맹골수도 앞바다에 도착했다. 미처 꽃피지 못한 아이들을 집어삼킨 야속한 바다에서는 ‘세월’이 적힌 노란색 부표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참사 해역에 이르자 하모니카 소리가 들려왔다. 단원고 2학년 1반 고(故) 문지성양의 아버지 문종택씨가 품에 넣어 둔 하모니카를 꺼내 ‘천개의 바람’을 연주했다.

문씨는 “하모니카를 오랜만에 불어서 제대로 연주했는지 모르겠다. 떠난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싶어 하모니카를 준비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슬픔이 더해간다. 오늘따라 같은 아픔을 겪은 유가족 분들과 함께 더 많이 울어줄 걸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끝을 흐렸다. 유튜브 채널 ‘416TV’를 운영 중인 문씨는 이날도 추모식 현장을 촬영해 유튜브로 공개하며 유가족들의 아픔을 나눴다.

추모식은 먹먹하고 조용했다. 추모식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세 차례 울리자, 유가족들에게는 8년 동안 낫지 않은 아픔이 다시 밀려왔다. 옷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묵념을 마친 이들은 차마 아이들 이름조차 부르지 못하고 하나 둘 국화꽃을 바다에 떨어뜨렸다.

단원고 2학년 7반 고(故) 박성복군의 아버지 박창국씨는 추모식이 끝나고 ‘세월’ 부표가 수평선 너머 사라질 때까지도 함정 난간을 잡은 손을 쉽게 놓지 못했다.

박씨는 “매년 찾아와 추모식을 치렀다. 매일 매일 아이 생각에 가슴 아프지만, 사고 해역에 찾아올 때면 더욱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며 “살갑게 대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천국에서 편하게 즐겁게 잘 지내고 있으라고 전해주고 싶다. 아빠가 많이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2학년 8반 고(故) 안주현군의 어머니 김정해씨도 “주현이가 보고싶다. 잘 있냐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연신 눈물을 닦았다.

김씨는 “너무 힘들어서 이 자리에 오지 못한 부모들도 많다. 부모 뿐 아니라 형제·자매들까지 큰 트라우마를 안고 살고 있다”며 “아이와 ‘진상규명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오늘도 진상을 꼭 밝히겠다고 재차 다짐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오후 3시께 목포 신항에 세워진 세월호 선체를 찾아 헌화 및 추모식을 진행한 뒤 안산으로 무거운 걸음을 돌렸다.

유가족들은 “응어리가 풀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8년 동안 부르짖었던 진상규명은 요원하고, 지난해에는 검찰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가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이 나 유가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우리 가족들은 서로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관련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안전한 사회 만들어서 다시는 이런 슬픔을 겪지 않도록 하자고 다짐했다”며 “하지만 문재인 정부 5년을 포함해 지난 8년동안 정부는 진상규명을 방관했고, 지난 대선에는 박근혜 정부의 전신인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 우리가 바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더욱 힘들어지고 어려워질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태호 세월호일반인유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왜 구조하지 않았는지, 304명은 왜 그날 차갑게 죽어야 했는지 아직 속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며 “속절없이 시간이 지나 원인도 처벌도 없는, 지나간 일로 치부되진 않을까 답답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한편 세월호 참사 당일인 오는 16일에도 선상추모식이 열린다. 이날은 유가족과 지인을 포함해 50여명이 모여 참사 해역을 찾을 예정이다.

/진도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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