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산지폐기 현장 가보니
“20㎏ 2000원에 출하…평년 7분의 1 수준”
코로나 여파 외국인 인건비도 올라 손해
소비 부진에 양파재고 2만t 가격하락 불러
“저장양파 정부 수매하고 200㏊ 격리해야”
무안군 몽탄면에서 27년 넘게 양파 농사를 지어온 김덕형(62)씨는 지난주 광주 각화동과 매월동 서부 농산물도매시장에 양파 20㎏ 150망을 한 망 2000원 도매가에 내놓았다. 예년 같았으면 한 망당 1만5000원에 팔았는데 올해는 ‘7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당 100원을 받은 것이다. 같은 날 광주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양파 1.8㎏이 3480원에 팔리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 4일 무안군 청계면 구로리에서 열린 ‘전국양파생산자대회’에 나가 반 년 동안 자식같이 키운 양파를 밭에 내놓고 트랙터로 갈아엎었다.
한국양파연합회,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 전국양파생산자협회 농민들은 이날 2300㎡(695평) 양파밭 수확을 포기하고 트랙터 4대를 동원해 폐기해버렸다. 양파 농민들이 밭을 갈아엎은 건 이달 지난달 23일 고흥과 제주 등에 이어 네 번째다.
2만평 농사를 짓는 김씨는 아직 저장고에 남은 양파 3000망은 팔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김씨는 “코로나19 확산 이전 8만~10만원이었던 외국인 근로자 일당은 여자는 15만원, 남자는 18만원까지 뛰어 보름이면 끝날 수확작업을 한 달 동안 끌다가 마쳤다”며 “인건비 등 생산비에만 2억5000만원이 들었는데 매출은 2억원 수준이어서 대출이 끼지 않으면 4명 식구 생활이 버겁다”고 말했다.
이날 농민들은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양파 산지 폐기를 정부에 촉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수요가 줄고 소비가 급감하면서 3월이면 이미 소진됐을 저장양파가 현재 2만t이나 남아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수급 예측 실패도 양파값 하락에 한 몫 했다고 농민들은 호소했다.
5일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당 양파 평균 도매가격은 457원으로, 전년(1785원)보다 74.4%(-1328원) 급락했다.
3월 평년 가격 1099원보다는 58.4%(-642원) 떨어진 가격이다.
전국 농협의 2021년산 저장양파 재고물량은 2만t 가량으로, 전남은 절반 수준인 9000t을 보유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달 20일 본격적인 조생양파 출하 전에 저장양파 2만t을 폐기하지 않으면 가격 하락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파 농민들은 2021년산 저장양파를 ㎏당 500원에 수매해 폐기할 것과 이달 10일 이전에 제주와 전남 조생양파밭 각 100㏊를 산지 폐기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조생양파는 오랜 시간 저장이 불가능하기에 본격 출하 시기인 이달 20일까지 평년 가격(㎏당 85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200㏊를 추가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소비 부진으로 피해를 본 농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줄 것을 촉구했다.
노은준 한국양파산업연합회장(무안농협 조합장)은 “지난달 17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저장양파 2만t을 5월까지 출하 연기하고 제주 극조생양파 44㏊를 산지폐기한다는 대책을 내놓았지만 5월이면 농협과 농가가 지난 양파는 모두 썩어버릴 것”이라며 “44㏊ 산지폐기도 지원가격과 시기를 발표하지 않아 투매심리만 부추기고 있다. 조생양파 재배면적의 30% 이상을 산지폐기하고 평당 1만2000원 이상 지원하는 대책이 실효성 있다”고 말했다.
전남은 전국 양파 생산량의 40% 가까이 차지하는 최대 주산지이며, 무안농협에 소속된 양파 농가만 2000곳이 넘는다.
지난해 전남 양파 생산량은 전년보다 27.9%(12만6316t) 증가한 57만9053t으로 집계됐다. 올해 전남 양파 재배면적(-8.2%)을 포함한 전국 면적은 5.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수확기 가격이 높았던 제주 극조생 면적은 늘었다.
남종우 전국양파생산자협회장은 “전국 양파 농민들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되는 오는 10일 생존권 요구서를 들고 서울로 양파를 싣고 갈 것”이라며 “14일에는 저장양파와 출하를 앞둔 조생양파를 가지고 농식품부와 기획재정부 앞에 모여 무기한 양파농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 전남지역본부는 지난 4일 무안군 삼향읍 지역본부에서 ‘농협 임직원 양파팔기’ 행사를 열어 임직원 소비를 촉진했다. 전남을 포함한 전국 농협 하나로마트는 양파 소비를 늘리기 위해 30% 할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제휴카드나 정부 소비쿠폰을 활용하면 할인 받을 수 있다.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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