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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천년의 아이와 동물 병정’ 정소영 작가 “어린이들에 5·18 역사, 진실성 알리고 싶었죠”

by 광주일보 2022.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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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모티브 장편 동화 발간
전통설화 작품으로 구성 계획
내 이야기 담긴 자전적 소설 쓸터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을 당시 저는 충남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초임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공주 읍소재지에 있는 교육대학을 다녔던 저는 민주주의나 정치에 대한 철학이 없었어요. 그러나 얼마 후 광주에 내려와 가족으로부터 5·18 이야기를 듣고 크게 놀랐죠.”

동화작가 정소영은 대학 재학시절, 그리고 이후 교직생활 중에 가졌던 5·18에 대한 부채감을 오랫동안 떨치지 못했다. 5·18 이후 어느 교회에서 몰래 상영하는 광주민주화운동 영상 자료를 본 적이 있다. 그 영상을 보며 작가는 그것이 현재의 우리 삶에 어떤 물결을 이루어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고, 많이 울었다.

이번에 정 작가가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동화 ‘천년의 아이와 동물 병정’(도담소리)을 펴냈다.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뒤, 작가가 작정하고 쓴 작품은 “어린이들에게 역사의 진실을 바로 알게 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자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역사적 사실을 통한 민주 시민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상이 어린이라는 아동문학의 장르적 특징이 있기 때문에 동심이 다치지 않는 방향으로 창작의 틀을 잡았어요.”

작가는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하되 역사적 사실을 우의화해 판타지로 구성했다. 주인공은 5·18 때 도청 앞으로 시위 구경을 가서 죽은 12살 어린이 건영이다. 무덤 속 건영이가 ‘천년의 아이’로 환생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어린이들에게 아픈 역사의 상처를 날 것으로 보여주기보다는 동심의 시선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가급적 시간여행을 매개로 판타지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작품은 정의와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작품은 주인공 건영이 누나 송희, 친구 수정이와 함께 금남로에 있는 장난감 가게에 꼬마병정인형을 사러가면서 펼쳐진다. 그러나 하필 가게 문이 닫혀 있어서 이들은 도청 앞 시위 현장에 가게 된다. 그 현장에서 발포가 있었고 건영은 총에 맞아 죽고 만다. 이후 건영의 아버지인 ‘도자기할아버지’는 금남로에서 도자기공방을 운영하게 된다. 건영의 아버지와 누나는 도자기로 만든 통나무배와 열두 띠 동물병정, 이팝나무 꽃을 망월동 건영의 무덤 상석 위에 올려놓고 시간여행을 떠난다.

 

정소영 작가

작가는 이 동화를 쓰기 위해 자료 조사 차 몇 번 5·18 민주화 묘역을 찾았다. 묘역에 잠든 열사들을 떠올리며 “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울컥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어떤 형태로든 이 땅의 우리는 그들의 희생과 아픔과 열망과 사랑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정 작가는 41년 동안 초등학교에 근무하다 지난 2020년 8월에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했다. 그때부터 5·18을 소재로 한 장편동화를 꼭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오랜만에 이곳 저곳 다니며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구경했습니다. 물론 그것도 나름의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그 틈틈이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끝내지 못한 숙제처럼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원래 그는 소설을 썼다. 동화는 초등학교에 근무했기 때문에 소재 발견이 쉬워서 가끔씩 쓰고는 했었다. 소설과 동화를 써서 선배작가에게 보여줬더니 무엇을 써도 무방하지만 어린이들을 상대하니 동화가 좋겠다는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이후 신춘문예에 몇 번 떨어지고 ‘아동문예’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그리고 창작집 ‘달꽃과 아기몽돌’로 아동문예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청시절, 아니 습작을 어떻게 했냐’는 물음에 작가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시와 동화를 습작했으며 그때 노트가 지금도 남아 있다”며 웃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매실’이라는 문집을 만들어 반 아이들과 돌려 읽기를 했습니다. 20대 때는 ‘해맥’이라는 동인활동을 했지요. 그리고 뒤늦게 문순태 작가가 지도하는 담양의 ‘생오지 소설 창작반’에 들어가 소설 공부도 했습니다.”

작가는 동화는 ‘자신이 꿈꾸는 꿈의 세계’라고 정의했다. 동화는 유년시절의 꿈이며 환상이었다. 동화를 쓰면서 유년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행복한 시간여행을 하기 때문이다.

향후 계획은 어린이들에게 오래 읽힐 판타지 동화를 쓰고 싶다. 특히 우리나라 전통 설화를 전래동화로 새롭게 구성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자전적 소설을 쓰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그동안 써 놓은 소설을 묶어 책으로 내고도 싶고, 여력이 된다면 내 삶의 이야기를 장편소설로 형상화하고 싶어요.”

한편 정 작가는 2014년 ‘아기몽돌의 꿈’이 세종도서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지금까지 창작집 ‘천년의 아이’, ‘하얀 고래의 노래’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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