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출신 박솔뫼 작가, 장편소설 ‘고요함 동물’ 출간
고양이 탐정의 흥미로운 사건일지…김현문학패 등 수상
지난 2009년 ‘자음과 모음’으로 등단해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는 박솔뫼 작가. 광주 출신 박 작가는 현재 주목받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꼽힌다. 김현문학패, 문지문학상, 김승옥문학상 등 유수한 문학상을 수상한 이력에서 보듯, 작가는 등단 이후 상당한 문학적 성과를 일궈냈다.
최근 작가가 ‘고양이’를 안고 돌아왔다. 신작 장편소설 ‘고요함 동물’(창비)을 펴낸 것. 작가는 그동안 ‘실험성과 탐미적인 언어’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작가라는 문단의 평을 받았다.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작품은 몽환적이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판타지와 추리적 기법으로 그려낸 작품은 흡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는듯 하다.
최근 기자는 박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어렵게 연결된 통화에서 작품을 출간하게 된 계기, 문청 시절에 대한 단상, 이후 계획 등을 풀어냈다.
“원래 창비에서 운영하는 문학웹 ‘문학3’에 소설을 연재했다. 당시에는 책 출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고 연재가 끝나면 이후에 어떻게 할지 천천히 생각해 볼 예정이었다. 창비에서 출간 제안이 왔고 이야기를 나누다 출간을 결정하게 됐다.”
박 작가는 연재 분에서 수정을 많이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색한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조금씩 수정했다”며 “그즈음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된 강서경 작가의 ‘사각 생각 삼각’ 전시 도록에 수록한 동화를 쓰기도 했는데, 그 작품을 함께 수록하면 어울릴 것 같아 넣었다”고 덧붙였다.
창비 ‘소설 Q’ 시리즈 여섯 번 째 소설이기도 한 이번 장편은 주인공 ‘나’와 고양이 ‘차미’의 이야기다. 차미가 어느 날부턴가 탐정이 되기로 하면서 서사가 흥미롭게 진행된다. 소설은 차미의 발자국이 찍힌 사건일지를 토대로 펼쳐진다.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작품은 ‘나’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일상과 그 이면을 추적한 차미의 사건기록이 진행되는 구조다. 평범한 일상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사건은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 상상력과 결합돼 의미있는 서사로 전이된다.
이번 소설에도 작가의 개성적인 문체와 언어적 심미안은 빛이 난다. 지난해 김현문학패선정위원회는 “구어와 문어가 중첩되며 빚어내는 독특한 리듬과 함께, 모종의 혼돈을 유도하는 듯한 이 작가의 서술 방식은 삶-이야기의 잠재태와 현실태가 공존하는 기묘한 서사의 시공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작가는 서울에서 활동 중이다. 그러나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이 살고 계기기 때문에 일년에 몇 차례 광주에 온다고 한다. 특히 광주 금남로와 충장로 주변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원래 읽는 것을 좋아했다.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어릴 때부터 읽었다. 그래도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다가 대학에 들어가고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계속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박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했다. 등단 이후 ‘그럼 무얼 부르지’, ‘백 행을 쓰고 싶다’, ‘겨울의 눈빛’, ‘머리부터 천천히’ 등 소설을 펴냈다. 문학적 수준을 담보로 하는 장편 소설을 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박 작가는 꾸준히 퀄리티 있는 작품을 써내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문청과 이후의 시간에 대해서도 특별히 경계를 두지 않는다. “데뷔하기 전이면 문청이고 데뷔를 하면 작가인 것일까”라는 답에서 보듯, 내면에는 ‘글을 쓰고 있는 중이라면 누구든 작가다’라는 자의식이 깃들어 있는 듯하다.
“물론 원고료를 받고, 책을 내고, 책이 서점에서 팔리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경험이다. 하지만 읽고 쓰며 지내는 것은 언제든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박 작가는 소설을 쓴다는 것은 “늘 알 수 없고 새롭게 다가오는 일”이라며 “소설과 만나는 일은 늘 기대되고 설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소설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괴롭거나 어려움은 있지만 그보다는 즐거움을 많이 느끼며 쓰면 좋겠다”고 말한다. 창작의 고통보다는 글쓰기의 즐거움에 무게를 둔 것이 확실히 이전 세대와는 다른 면모다.
작가는 올 하반기에 단편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앞으로도 꾸준히 읽고 쓰고 발간하는 일을 반복할 것 같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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