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현장 책임자에 일침
“조금 전까지 혐의사실을 인정한다고 하셨잖아요…. 사망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 않느냐”(판사)
19일 광주지법 404호 형사 법정에서 진행된 A(60)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을 지켜보던 형사 6단독 윤봉학 판사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지면서 표정이 굳어졌다.
A씨는 지난 4월 9일 나주시 빛가람동 B 아파트 외벽 도색 작업을 하던 작업자가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 현장 책임자로 안전조치 등을 소홀히해 사망사고를 야기한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였다.
A씨는 이날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이어 일반적인 재판 절차에 따라 진행되는 듯 했던 재판은 재판부 허락을 받아 이뤄진 A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 이후부터 분위기가 급변했다.
A씨는 변호사 질문에 따라 “안전교육을 매일 했다”, “교육은 안전모를 착용하고 안전화를 신고 작업하고 구명줄 등을 (준비)하라는 내용”, “피해자의 안전 사고 전에도 교육을 했다”, “피해자는 사고 당일 안전교육을 참석하지 않았고 자신은 안전교육 중 사고 소식을 접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신문 내용의 경우 ‘자신은 할 일을 했는데 피해자가 지키지 않아 사고가 났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뉘앙스였다. 이 때문인지 재판부는 피고인 신문 뒤 “(검찰 공소사실을) 인정한 게 맞느냐”, “조금 전 (공소사실을) 인정해놓고 이건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피고인 신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안전교육을 했는데 돌아가신 피해자가 안전교육을 참석하지 않고 현장에 일하러 갔다가 사고가 났다고 얘기가 끝났다”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강한 어조로 지적했다.
A씨는 판사의 강한 목소리에 당황스러운 듯 “현장 책임자로 사고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4월을, 해당 회사에게는 벌금 5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는 오는 11월 18일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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