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민예총, 15명 삶 음반 제작
녹음 과정 등 뮤직비디오로 담아
ACC 극장서 30일 ‘감동의 무대’
‘오월어머니들’은 지난 2018년 전남도청 원형 복원을 위해 투쟁을 했던 분들로 5·18이라는 현대사 비극을 온몸으로 겪었던 역사의 산 증인들이다. 5월 당시 자식을 잃었거나 남편을 잃었거나 아니면 고통의 트라우마를 겪었다.
그렇듯 오월어머니들의 가슴에는 국가 폭력에 의해 만신창이가 돼버린 한과 슬픔의 응어리가 맺혀 있다. 자식을, 남편을 잃은 아픔을 묻고 지난 세월을 살아온 어머니들의 사연은 무엇으로도 비할 수 없다.
오월어머니의 40년 인생이 노래로 만들어져 눈길을 끈다. 특히 노래 제작을 계기로 열다섯 분의 어머니들이 자신의 인생을 직접 노래하는 귀중한 시간이 마련 돼 ‘감동의 무대’(30일 오후 5시 ACC 극장2)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18 정신을 계승, 실천하는 광주의 젊은 음악일꾼들이 반주단과 노래 짝꿍으로 함께 참여할 예정이어서 의미가 깊다.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광주 민예총)은 오월 어머니 15명의 삶이 음반과 영상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이번 음반은 어머니의 노래 콘텐츠 제작 사업으로 만들어졌으며, 옛도청 복원 투쟁에 참여하고 있는 열다섯 분의 삶이 모티브가 됐다. 노래 제작은 민예총이 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원과의 3년간의 협업 사업 결과물이기도 하다.
총감독을 맡았던 박종화 광주 민예총 이사장은 “이번 음반은 어머니들의 입을 빌어 오월 당사자들의 피맺힌 40년의 삶을 노래로 기록하고 예술로 승화하는 역사적인 사업”이라며 “좀 더 일찍 했어야 했는데 너무나 늦었고 그렇게 41년이 지나버렸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음반 제작은 지난 2019년 열다섯 분 어머니의 삶을 구술 에세이와 시로 엮은 ‘어머니의 노래’가 모티브가 됐다. 당시 광주전남작가회 소속 15명 작가들이 어머니들의 인생을 기록으로 담았다. 유은희, 고영서, 박인하, 양인자, 엄수경, 조현옥, 김지원, 정미숙, 이재연, 이진, 문귀숙, 조남희, 함진운, 고영서, 강회진이 구술 채록에 참여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에는 작사와 작곡이 완성됐다. 그동안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곡들을 써낸 이건용, 류형선, 김현성, 이지상, 손병휘, 박종화, 한보리, 김원중, 김준범, 이범준이 참여해 어머니들의 40년 한을 가사와 멜로디로 완성했다.
열다섯 분의 어머니는 김길자, 김옥희, 김점례, 김정자, 박유덕, 박행순(박관현 열사 누나), 박형순, 원사순, 이근례, 이명자, 이향란, 임근단, 임현서, 정동순, 추혜성 등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 음반, 영상이 완료돼 어머니의 노래 콘텐츠 제작사업이 결실을 맺게 된 것. 제작사업은 박종화 광주 민예총 이사장이, 음악 감독은 류형선이 맡았다.
기획과정부터 마지막까지 참여했던 추혜성 어머니는 “어머니들이 고령이라 혹여 돌아가시거나 아프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았다”며 “이렇게 음반이 만들어진 것을 보니 기적이 일어난 것 같고 맺힌 한이 조금은 풀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음반 녹음 과정에서부터 인터뷰, 어머니들 삶의 순간순간이 뮤직비디오 형태로 수록돼 있다. 음반은 시디와 패키지 앨범 두 종류로 제작됐으며 패키지 앨범에는 시디와 노래 가사집, 15곡의 악보, 굿즈형 USB 앨범으로 구성됐다.
이현미 광주 민예총 사무처장은 “앨범 자켓의 이미지는 오월의 꽃이라 불리는 이팝나무꽃이다. 춘궁기에 배고픈 민중들에게 쌀밥의 이미지로 위로가 됐던 이팝꽃은 해마다 오월이면 망월 묘지 가는 길에 서러운 넋들의 마중 꽃으로 피어난다”며 “한 송이의 꽃들이 여러 개 붙은 수북한 꽃은 꼭 오월어머니들을 닮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 어머니들의 이름을 불러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음반은 모두 솔로 곡들”이라며 “앞으로 음반 콘텐츠가 많이 활용돼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 국립극장에서 공연됐으면 한다 ”고 덧붙였다.
음반 제작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처음에는 자신의 삶이 노래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고 “완성될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3년이 걸려 완성한 이번 음반은 역사의 기록이자 그 자체로 예술작품이다. 향후 광주 5월을 상징하는 의미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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