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저소득 ‘다중 채무자’ 비중 8%…서울 제외 전국 1위
취약차주 연체율, 평균의 6.5배↑…높아지는 은행 대출 문턱
가구당 평균 부채 5290만원…3년 전보다 1040만원 증가
‘당신이라면 456억원의 상금을 차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겠는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두고 한 번씩은 던져보는 질문이다.
작품 속에서 수백억원을 거머쥐려고 목숨까지 거는 참가자들은 “모두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있는” 자들이다.
세계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심화된 부의 불평등과 계급 갈등은 오징어 게임의 암흑세계가 허구임에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게 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이 쓴 ‘잔혹 동화’의 중심에는 항상 빚이 있다.
극중에서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증가율이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에 있다는 자료 화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4일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자료에 따르면 광주·전남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3월 처음 50조원을 돌파한 뒤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 7월 기준으로는 57조6046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광주·전남 가구당 평균 부채는 5290만원(광주 6035만원·전남 4545만원)으로, 3년 전인 2017년(4250만원)에 비해 24.5%(1040만원)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 증가율 16.3%를 크게 웃돈다.
광주·전남에서 빚더미에 짓눌린 취약차주 비중은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지난해 가계부채 가운데 취약차주 부채 비중은 광주 8.1%·전남 8.0%로, 서울을 제외한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전국 평균 6.5%를 훌쩍 넘을 뿐만 아니라 경기(6.7%)와 부산(7.0%), 대전(7.1%), 전북(7.2%) 등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전남은 지난 2019년(9.0%)에 이어 전국 최고 수준을 2년 연속 유지했다.
취약차주는 금융기관에 3건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다중 채무자’이면서 연 소득 2700만원 미만 저소득 또는 신용점수(NICE)가 664점 이하인 저신용 차주를 말한다.
광주·전남 취약차주의 지난해 연체율은 각각 5.4%, 5.0%로, 평균 가계부채 연채율(광주 0.9%·전남 0.8%)의 6.5배 수준으로 높았다.
지난해는 코로나19 경기 불안으로 가계대출의 질마저 악화됐다.
광주·전남에서 연 소득 5000만원 이상인 고소득 차주 부채의 예금은행 비율은 56.8%로, 해마다 그 비중이 늘고 있지만 저소득층은 오히려 비은행권 부채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광주·전남 저소득 차주 부채의 비은행권 비중은 64.3%로, 전년(60.5%)보다 3.9%포인트 증가했다. 예금은행 부채 비중은 39.5%에서 35.7%로 줄었다.
광주·전남 거주민 가운데 소유 주택이 2채 초과한 자는 지난 2019년 기준 광주 1만421명·전남 1만3528명 등 2만3949명으로, 3년 전인 2016년(1만9710명)보다 21.5%(4239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광주·전남 30대 이하 아파트 소유자 수는 10만4251명에서 9만9342명으로, 3년 새 4.7%(-4909명) 감소했다.
지역 30대 이하 청년층의 지난해 소득이 전년보다 광주 3.5%·전남 4.2% 증가할 동안 부채는 광주 12.6%·전남 16.8% 급증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들은 일확천금의 유혹 앞에 자유로울 수 없다.
광주·전남지역 로또복권 연간 판매액을 인구 수로 나눈 1인당 평균 구매액은 2016년 6만1700원에서 2017년 6만6500원, 2018년 7만1900원, 2019년 7만9500원으로 최근 3년 새 28.8%(1만7800원) 늘었다. 지난 한 해 복권 판매액은 5조4152억원으로 사상 최고 판매액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만 이미 3조원 가까이 팔려 최고 판매액 갱신이 예상된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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