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서 윗집 올라가 흉기 휘둘러 40대 부부 숨지고 60대 부모 중상
30대 용의자 범행 30분 후 자수…주민들 “집콕 생활 많은데 불안”
광주·전남 작년 소음 상담 1492건…사회적 갈등 조정 제대로 안돼
층간소음으로 갈등을 빚던 이웃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콕’ 생활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분쟁, 갈등이 살인·폭력·협박 등 극단적 행태로 표출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지만 미연에 방지할 사회적 조정 기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수경찰은 27일 자신의 아파트 위층에 거주하는 일가족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로 A(34)씨를 체포, 조사중이다.
A씨는 이날 새벽 0시 20분께 여수시 덕충동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윗층을 찾아가 주민 B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두르고 집안으로 들어가 B씨 부인과 부인의 60대 부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30여 분 뒤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죽였다”며 자수했다.
A씨는 지난 17일에도 오후 7시께 경찰에 “시끄러워 죽겠다”며 층간소음을 호소하는 등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A씨에게 층간소음 중재 기관인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안내한 것으로 마무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를 참지 못하고 윗층에 올라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해 사건을 접한 해당 아파트 주민들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날 찾아간 아파트 승강기에는 ‘발걸음 소리에 신경 써 주세요’라는 관리사무소 협조문이 붙어있었고 안내방송도 나왔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 2012년 준공된 9년 밖에 되지 않은 건물로, 1080세대가 거주하는 대단지로 구성됐다.
건설 당시만 해도 해당 지역 최고 분양가를 기록하는 등 부실시공이 문제가 되지도, 층간소음 갈등이 유난히 심하지도 않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층간 소음은 어느 아파트나 있을 텐데 서로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해 너무나 안타깝다”며 “코로나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더 불안하다”고 말했다.
단지에서 만난 다른 주민은 “사람이 사는데 아무런 소리가 안날 수 있겠느냐, 공동주택이니 서로 조금씩 이해하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층간 소음 분쟁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국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광주는 아파트 거주율이 65.5%로, 세종시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 도시’라는 점에서 층간소음 중재를 요청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27일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전남지역 층간소음 상담사례는 1492건(광주 879건·전남 613건)으로 2019년(736건)에 비해 1.99배 증가했다.
올 들어서도 상반기까지 광주 590건, 전남 389건 등 987건에 달하는 층간소음 상담이 이뤄졌다. 상담을 넘어 현장 방문 상담과 소음 측정을 신청한 사례도 급증세다.
2019년 광주와 전남지역 소음 측정을 신청한 경우는 381건인 반면, 지난해 557건으로 4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단독주택 중심의 주거환경이 공동주택으로 급격히 변동했지만 생활 방식은 ‘공동체 문화’를 따라 가지 못하면서 생기는 갈등으로 지적한다.
광주마을분쟁해결지원센터 관계자는 “층간소음 문제는 서로 소통해서 해결점을 찾는 게 중요한다”면서 “공동체 문화 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제도적인 지원과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여수=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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