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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다시, 오래된 다리를 거닐다 - 이영천 지음

by 광주일보 2021.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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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부터 대형교량까지, 다리에 담긴 이야기

‘노두’(路頭)라는 어휘가 있다. 나루터나 징검다리를 이르는 전라도 방언이다. 신안 암태도 주변에는 노두를 만든 흔적이 많다. 썰물을 이용해 짧은 거리의 갯벌을 건너기 위해 만들었던 장치다. 여러 노두 가운데 특히 암태도와 추포도를 잇는 노두가 으뜸이었다.

지금과 같은 연륙교가 있기 전 섬 주변에는 그렇게 징검다리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암태도 가는 길은 ‘다리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리 위용이 만만치 않다. 목포에서 압해도, 압해도에서 암태도 가는 길에서 만나는 ‘닐슨로제아치교’, ‘1004대교‘의 위용은 볼 만하다.

역사 이래로 인류는 끊임없이 길을 개척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감하고 저돌적으로 길을 내기 시작했다. 그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 바로 ‘다리’다. ‘이음’과 ‘매개’를 상징하는 다리는 사람과 물건의 이동 시설로서뿐 아니라 점차 그 의미가 확장됐다. 오늘날에는 문명과 문명을 잇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층적인 의미로 수렴된다.

다리에 얽힌 역사를 다룬 책 ‘다시, 오래된 다리를 거닐다’는 숨은 역사를 따라 걷는 내밀한 이야기다. 저자는 공학에 바탕을 두고 인문학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이영천 작가. 그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했으며 인문학이라는 심미안으로 삶과 역사를 바라본다.

“하나의 시설물로서 다리가 놓이게 된 사유와 과정, 그 속에 담긴 사연은 모두 제각각이다. 이 책은 다리가 발달되어 온 순서대로 숨은 이야기를 찾는 방식으로 전개될 것이다. 때론 삶의 애환을 그릴 것이고, 때론 역사 속에서 저질러진 잘잘못을 말할 것이다.”

저자가 책을 쓴 이유다. 세세하고 작은 역사가 큰 역사를 아우르는 부분에까지 나아간다. 책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옛 다리에 초점을 맞췄으며 2부는 근현대 다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1부에서는 추포 노두길을 비롯해 단종의 넋을 기리는 주천강 쌍 섶다리, 천년의 비밀을 간직한 진천 농다리, 아름다운 향기로 세상을 취한 경복궁 취향교, 누각을 품은 이채로운 아름다움이 빛나는 태안사 능파각 등을 만난다.

주천강 쌍 섶다리의 내력은 이렇다. 숙종 24년(1698) 11월 6일자 실록은 “노산군을 단종으로 묘호는 장릉(莊陵)으로, 그의 비(妃)는 정순(定順)으로 묘호는 사릉(思陵)이라 정하여 시호(諡號)를 추상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단종은 사후 약 250년 만에 왕 지위를 찾았고, 조정은 1699년 장릉을 보수하고 수리한다. 그리고 조정은 강원 관찰사에게 참배하라는 명을 내린다. 관찰사가 주천강에서 섶다리를 만났는데 낡은데다 홑 섶다리였다. 백성들은 단종에게 배향하는 관찰사임을 알고는 주천리와 신일리에 각각 섶다리를 하나씩 만든다. 두 개의 섶다리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곡성 태안사 능파각은 다리 위에 누각을 얹은 형태다. 능파각은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여인네의 모습을 닮았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이지만 안쪽의 푸른 단청은 청연하고 맑은 느낌을 자아낸다.

2부 처음은 수탈의 아픔을 간직한 군산의 뜬다리부두다. 이곳을 중심으로 도시가 번성했으며 일제의 수탈이 자행됐다. 인근 째보선창을 중심으로 수많은 비극이 잉태됐으며, 한편으로 독립을 향한 저항정신이 발현되기도 했다.

진도대교가 지나는 울돌목은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역사적인 공간이다. “역사의 당당한 물길 위로 유려하게 뻗어 있는” 다리에서는 멋진 풍광을 엿볼 수 있다.

이밖에 역사의 버거운 무게를 떠안은 한강철교, 친일파 투기꾼 때문에 생겨난 공주 금강철교, 분단의 상흔을 오롯이 품은 철원 승일교에 얽힌 서사를 만나는 일도 자못 흥미롭다.

<루아크·1만8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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