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관광이 만나다]
양림동 근대문화 역사예술산책···펭귄마을 등 둘러보는 재미
눈길 끄는 광주폴리를 찾아서···순천만 발길마다 자연 한가득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와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가 개막했다. 국제미술 전람회인 ‘아트광주 21’도 10월 개최를 앞두고 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열리는 미술 관련 축제에 맞춰 ‘예술과 관광’이 어우러지는 주변 여행지를 소개한다.
◇‘근대문화의 보물창고’ 양림동=광주 양림동은 100여년 미국 선교사들이 가장 먼저 들어온 ‘광주의 개화 일 번지’이자 근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근대문화의 보물창고’이다. 양림동 투어는 크게 ▲건축투어 ▲예술투어 ▲선교투어로 나눠 할 수 있다. 우선 양림동에는 근대기에 세워진 전통 한옥과 양옥이 어우러져 있다. 1899년 지어진 ‘이장우 가옥’(광주시 민속문화재 제1호)과 1920년대 건립된 ‘우일선 선교사 자택’(광주시기념물 제15호), 오웬기념각(광주시 유형문화재 제26호)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양림동은 예술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한희원 미술관’과 ‘이이남 스튜디오’, ‘이강하 미술관’, ‘양림미술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과 같은 예술 공간이 산재해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이이남 스튜디오’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작품 감상과 함께 커피·차를 음미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옛 제약회사(신광약품) 물류센터였던 2층짜리 건물을 매입해 작가의 창작 스튜디오와 미디어아트 뮤지엄, 미디어 카페테리어로 리모델링했다.
미켈란젤로의 조각 ‘피에타’를 재해석한 작가의 대표작 ‘다시 태어나는 빛’을 중심으로 한 원형 계단을 따라 자연스럽게 동선이 옥상까지 이어진다. 이곳은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며 젊은 세대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했다.
양림동을 찾는 여행자들이 빠뜨리지 않는 곳이 ‘펭귄마을’이다. 좁은 골목길마다 어렵게 살던 옛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정크 아트들이 가득하다.
◇광주 대표 문화콘텐츠 ‘광주폴리’=광주 관문인 광주 톨게이트를 지날 때면 대형 미디어아트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주폴리Ⅳ(관문형 폴리) 현상공모로 2020년 4월 설치된 이이남 작가의 작품 ‘무등의 빛’(폭 74m× 높이 8m )이다. 무등산의 사계와 3향(의향·예향·미향) 등 ‘광주다움’을 미디어아트 작품으로 구현했다.
‘광주폴리’(FOLLY)는 도시의 아이콘으로서 시민에게 문화적 활력을 제공하기 위해 추진한 소규모 도시건축 조형물이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역사의 복원’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Ⅰ(11개) ▲‘인권과 공공공간’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Ⅱ(8개) ▲‘도시의 일상성-맛과 멋’을 주제로 한 광주폴리Ⅲ(11개) 등 모두 30개의 광주폴리를 광주 곳곳에 설치했다.
광주폴리는 광주 옛 읍성터인 황금동 콜박스를 비롯해 충장로 파출소, 장동로터리 교통섬, 금남공원앞 인도, 광주세무서앞 인도, 구시청 사거리, 대한생명 사거리 인도, 옛 도심철도 이설부지인 ‘푸른 길’ 등지에 설치돼 있다. 의재미술관을 설계한 조성룡(한국)과 플로리안 베이겔(영국), 도미니크 페로(프랑스), 시게루 반(일본), 피터 아이젠만(미국)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참여해 건립했다.
광주폴리는 개성적이다. 건축가마다 광주의 이야기를 담았다. 승효상 건축가(2011 광주 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가 설계한 광주폴리 ‘푸른 길 문화샘터’는 일명 ‘농장다리’로 불린 다리 하부에 도심속 야외무대와 쉼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고, 건축가 렘 쿨하스와 잉고 니어만이 옛 학생회관 골목에 설치한 ‘투표’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찬성, 반대, 중립 의견을 묻는 독특한 컨셉이다. 광주폴리Ⅲ은 ‘쿡(COOK) 폴리’와 ‘뷰(VIEW) 폴리’, ‘뻔뻔(FUNPUN) 폴리 등 체험형 폴리로 기획됐다.
한편 광주시와 (재)광주비엔날레는 광주폴리Ⅰ~Ⅳ 작품을 연계해 문화예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광주폴리 둘레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생태가치 높은 ‘순천만 습지·순천만 국가정원’=유네스코 세계유산 위원회는 지난 7월,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제44차 회의를 열고 순천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중 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등재된 갯벌은 ‘보성·순천 갯벌’(전남 보성·순천)과 신안 갯벌(신안), 고창 갯벌(고창), 서해안 서천갯벌(충남 서천)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순천만 습지’로 대표되는 순천 갯벌은 앞서 ‘습지보호지역 제3호’ 지정(2003년), ‘람사르협약’ 등록(2006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 지정(2008년),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 지정(2015년) 등 국내외적으로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순천만은 갯벌 22.6㎢(690만평)와 갈대밭 5.4㎢(160만평)으로 이뤄져 있다. 용산 전망대에 오르면 광활한 순천만 갯벌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때를 잘 맞춰간다면 S자 갯골과 함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일필휘지(一筆揮之)로 그은 듯한 S자 라인은 경이롭다.
순천만 갯벌에는 갯벌 저서생물과 염생식물 등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한국~일본을 오가는 철새들에게는 소중한 겨울나기 공간이자 중간기착지이다. 순천시가 2020년 펴낸 ‘순천만의 새’에 따르면 순천만에서 관찰된 조류는 멸종위기종 및 법적 보호종 등 세계적인 희귀조류 총 48종를 비롯해 총 250여종. 순천시와 시민단체의 순천만 보전운동에 따라 흑두루미 등 희귀조류들의 월동개체수가 증가하면서 순천시는 ‘생태관광 일번지’로 자리매김했다.
‘순천만 습지’와 ‘순천만 국가정원’은 순천 생태관광의 양 축(軸)이다. 지난 2015년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순천만 국가정원은 영국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찰스 쟁스가 설계한 ‘호수정원’을 비롯해 11개 나라의 세계정원 등 순천만 습지와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종화의 본향 진도 운림산방(雲林山房)=“맑은 시내와 푸른 산이 있는 집에서 자유롭게 지내고 따스하고 아지랑이 아른거리는 그림 속에서 상상을 펼쳐낸다….”
소치(小癡) 허련(1808~1893)은 자서전인 ‘몽연록(夢緣錄)’에서 자신의 낙향 생활을 이렇게 묘사했다. 소치는 초의선사(草衣禪師), 추사(秋史) 김정희와 같은 큰 스승을 만나 그림에 개안(開眼)을 하고 자신의 그림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추사는 원나라 문인화가 대치(大痴) 황공망과 견줘 제자에게 소치라는 호를 지어주었고, “그의 화법이 우리나라의 누추한 습관을 깨끗이 씻어 버렸으니 압록강 동쪽에는 이만한 그림이 없을 것입니다”라며 극찬했다. 스승인 추사가 세상을 떠나던 해(1856년) 고향으로 돌아온 소치는 첨찰산 자락에 화실 ‘운림산방’(雲林山房)을 짓고 85살로 타계할 때까지 그림에 몰두했다.
전통 남화의 성지인 운림산방(국가지정 명승 제80호)은 200여년을 이어오는 화맥(畵脈)의 산실이다. 소치의 뒤를 이어 2대 미산(米山) 허형, 3대 남농(南農) 허건·임인(林人) 허림, 4대 임전(林田) 허문, 5대 허진·허재·허준, 허청규 등 200여 년 동안 5대가 화맥(畵脈)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 회화사의 장대한 산맥을 이뤘다.(진도군 의신면 운림산방로 315·061-540-6286)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사진=광주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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