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예향] 남도 오디세이 美路 Jindo
200년 화맥의 산실 ‘운림산방’에서 수묵비엔날레 관람
테마파크서 천연기념물 토종견 ‘진도개’와 즐거운 시간
해넘이 시간엔 ‘세방낙조’…매주 토요일 민속전통무대
‘보배섬’ 진도(珍島)는 운림산방과 세방낙조, 토요민속공연 등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만끽할 수 있다. 대형 휴양시설인 ‘쏠 비치 진도’가 문을 열며 관광객이 늘고 지역경제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한여름 ‘대한민국 민속문화 예술특구’ 진도의 신명과 매력에 빠져보자.
◇남종화의 본향 운림산방(雲林山房)=“치로(癡老)가 한가로이 고향의 옛 동산에 돌아와 지내니 만 가지 사념(思念)은 모두 사라졌다. 오직 한 개의 소나무 베개를 옆에 두고 있으니, 몇 권의 책들은 한쪽에 치워 놓은들 무슨 상관이 있으랴….”(김영호 편역 ‘소치실록’(小癡實錄) 서문당 刊)
소치(小癡) 허련(1808~1893)이 고향 진도로 돌아와 첨찰산 자락에 화실 ‘운림산방’을 지은 때는 1856년, 그의 나이 48살 때였다. 소치의 행적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데 자서전인 ‘소치실록(實錄)’을 후세에 남겼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운림산방은 ‘소치화실 복원을 위한 문화재 해체 보수사업’중이었다. 인근 소치기념관과 진도역사관 또한 개·보수공사(~10월 31일)가 한창이어서 내부를 볼 수 없었다. 연지(蓮池)에서 바라보는 운림산방은 첨찰산과 어우러진 한 폭의 선경(仙境) 그 자체다. 인기척에 연못 비단잉어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연못 중앙의 동그란 작은 섬에는 배롱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있다. 소치는 매화나무와 백일홍, 자목련 등 갖가지 화훼(花卉)들을 먼 곳에서 구해와 집 주변에 심고 길렀다고 한다.
1839년 음력 8월, 추사는 첫 대면한 허련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네는 화가의 삼매(三昧)에 있어서 천리길에 겨우 세 걸음을 옮기어 놓은 것과 같네.”
추사 문하에서 남종 문인화의 필법과 정신을 익힌 소치의 서화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추사는 원나라 화가 대치(大痴) 황공망을 염두에 두고 소치라는 호를 지어주었고, “그의 화법이 우리나라의 누추한 습관을 깨끗이 씻어 버렸으니 압록강 동쪽에는 이만한 그림이 없을 것입니다”라며 극찬했다. 소치는 널리 화명(畵名)을 날리면서 헌종의 부름을 받고 5차례나 궁궐에 들어가 어연(御硯)에 먹을 갈아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운림산방은 200여년 화맥(畵脈)의 산실이다. 소치의 뒤를 이어 2대 미산(米山) 허형, 3대 남농(南農) 허건·임인(林人) 허림, 4대 임전(林田) 허문, 5대 허진·허재·허준, 허청규 등 200여 년 동안 5대가 화맥을 이어가며 한국 근·현대 회화사의 장대한 산맥을 이뤘다.
‘2021 전남 국제 수묵비엔날레’가 오는 9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운림산방 일원에서 열린다. ‘오채찬란 모노크롬’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수묵비엔날레를 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새로운 수묵창작의 세계가 발산되기를 기대해본다.
◇명견 진도개와 가까워지는 ‘진도개 테마파크’=‘주인에 대한 우직한 충성심, 굽힐 줄 모르는 용맹성과 대담성, 불가사의 할 정도의 귀가본능…’.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견 진도개의 품성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한글맞춤법은 ‘진돗개’ 표기를 원칙으로 하지만 진도군에서는 ‘진도개’라고 표기한다.)
진도개는 1962년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됐고, 2005년에 세계최고의 애견클럽인 영국 캔넬클럽(KC)과 국제 애견연맹(FCI)에 등록돼 세계명견 제334호로 공인받은 명견이다. 진도군은 진도개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진도읍 동외리 일원에 ‘진도개 테마파크’를 조성, 2013년에 문을 열었다.
진도개 테마파크의 매력은 언제든지 진도개의 묘기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평일(월~금요일)에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 주말(토·일요일)에는 오후 1시에 무료 공연이 펼쳐진다. 평일인데도 공연시간이 되자 30여명의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진도개 어울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황산아~ 꽃바구니 가져와!”
누런 털 빛깔을 한 ‘황산이’가 훈련사의 지시에 따라 5개의 바구니 가운데 꽃바구니를 입에 물고 돌아온다. 마치 글자를 아는 것처럼 신통하게 나머지 바구니들도 물어온다. 이어 ‘징징이’가 던지는 원반을 껑충 뛰어서 입으로 척척 받아낸다.
마지막으로 ‘다영이’가 나와 달리면서 링을 통과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링 개수는 처음 1개에서 5개까지 늘어나는데 진도개는 망설임 없이 통과를 했다. 15분간의 공연을 지켜본 관람객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진도개 홍보관 뒤편에는 또 다른 볼거리가 꾸며져 있다. 동백과 소나무 등 분재 53점을 볼 수 있는 ‘53분재공원’과 체험형 ‘미니 동물농장’이다. 완만한 경사의 산책로를 따라 소망바위를 지나면 미어캣과 토끼, 다양한 조류를 갖춘 작은 규모의 동물원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18년 4월 개장한 ‘미니 동물농장’은 입소문을 타면서 주중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중심으로 단체방문이 많고, 주말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단위 관람객들로 붐빈다고 한다. 규모는 작지만 당근과 같은 먹이를 주며 동물과 교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적합하기 때문이다. 새농장의 경우 화려한 부채를 펼친 듯 한 공작새와 꿩, 금계, 오골계 등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지구별의 무한한 위로 ‘세방 낙조’=“나는 알았네/ 세방리에 와서/ 섬과 섬이 저문 하늘을 내려 받아/ 바다의 무릎에 눕히는 순간/ 천지는 홀연히 풍경이 되고/ 홍주빛 장엄한 침묵이 되고/ 어디선가 울려오는 아라리 가락에/ 일렁이며 잠겨드는 섬의 그림자/ 때로는 꿈도 꽃이 되는가/ 저 놀빛에 붉게 젖어/ 한 생에 황홀한 발자국을 찍네.”
세방 전망대 오른쪽 동그란 돌에 새겨져있는 진도출신 하순명 시인의 ‘세방낙조’ 전문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왼쪽부터 각흘도, 곡섬, 솔섬, 잠두도, 가사도, 장도 등이 바다에 흩뿌려져 있다. 주지도(손가락섬), 양덕도(발가락섬), 방구도와 같은 재미난 이름의 섬들도 자리하고 있다. 세방리(細方里)라는 지명도 독특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곳에 방처럼 생긴 작은 땅에 자리한 동네’라 해서 속명이 ‘시방’이었는데 한자로 표기하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마침내 해넘이 시간, 탁 트인 바다와 짙어오는 섬그림자를 보며 한결 여유로워진 나를 만난다. 지구별이 무한히 안겨주는 위로다.
◇토요일에 만끽하는 진도 민속문화 공연=진도는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5종(강강술래·남도들노래·씻김굿·다시래기·아리랑)과 도 지정 무형문화재 5종(진도북놀이·진도만가·남도잡가·소포걸군농악·조도닻배노래)을 보존·전승하고 있다. 진도를 찾은 여행객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와 5시에 진도 군립민속예술단과 국립 남도국악원이 각각 마련하는 무대에서 다채로운 진도의 민속전통예술을 만끽할 수 있다.
진도 군립 민속예술단은 지난 7월 10일 진도 향토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900회 기념 특별공연을 펼쳤다. 1997년 4월 첫 공연을 시작한지 25년만의 성과이다. 그동안 37만 명이 관람하며 진도 민속문화예술을 알리는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립 남도국악원은 토요상설 공연 ‘국악이 좋다’를 국립 남도국악원 국악연주단 공연(2,4째주)과 외부 초청공연(1,3,5째주)으로 진행하고 있다. 오는 21일에는 (사)수제천 보존회 초청공연 ‘동락’, 28일에는 국립 남도국악원 무용단과 천안 시립 흥타령풍물단의 교류공연이 예정돼 있다.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진도=박현영 기자 h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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