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부서 탈출 계속 늘어…광주 수사 보직 경찰 지난해보다 64명 줄어
힘들고 민원 늘어 기피…광주 형사법 시험 응시자 86명으로 절반 감소
베테랑들도 두 손 들어…지방청으로 사건 몰리며 인력 한계 속 수사 지연
“수사부서에 배정받은 경찰관들, 도망가기 바빠요. 사건도 많아 민원도 늘어났고 올해부터 경찰이 수사 종결권까지 갖게 되면서 살펴야할 게 더 많아졌는데…. ”, “할 일만 늘고 알아주지도 않는데 남아 있겠어요? 요즘같은 시대에.”
경찰의 수사부서 기피 현상이 나아질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 종결권까지 손에 쥐면서 수사 역량을 강화해도 모자랄 시기에 수사를 전문적으로 해보겠다고 지원하기는 커녕, 수사부서 탈출을 결심한 경찰관들만 늘어나는 모양새다.
일선 경찰서에 수사 인력·능력이 부족하다보니 이목이 쏠리는 주요 사건들의 경우 지방청 반부패수사대가 도맡다시피하는 게 현실이다. 수사 인력 등의 한계로 수사가 피해자들 바람과 달리,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일이 빚어지는가 하면, 서민 생활과 직결된 사건에 대한 기획 수사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이상 ‘수사’ 경찰 안할래요”=2일 경찰청에 따르면 광주경찰청에서 수사경과를 보유한 경찰은 지난해 1102명에서 올해 1038명으로 64명 줄었다.
수사경과자란 형사법 시험을 통과해 형사·지능 등 수사 관련 분야를 담당할 수 있는 수사경찰을 의미한다.
광주경찰청은 지난해 3492명에서 올해 3648명으로 경찰 수는 4.3%(156명) 증가했는데, 정작 수사경찰은 줄어든 것이다.
광주 뿐 아니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해 3만 3769명이었던 수사경과 경찰관은 올해 3만 3615명으로 감소했다.
광주 일선 경찰서 한 수사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로 가던 고소·고발 사건들도 전부 일선 경찰서로 배당되는 상황이라 처리할 사건은 쌓이고 복잡한 사건들도 많아지면서 업무 강도도 세졌지만 인센티브는 없고 주말에 편히 쉴 수도 없다”고 푸념했다. 이권이 얽힌 사건들은 관련자들의 민원도 늘어 제대로 해도 욕 먹는다며 기피 부서가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경찰서에서는 “수사 전문 경찰이 되겠다며 들어온 젊은 경찰은 물론 베테랑 경찰들도 두손 들고 탈출하는 게 요즘 현실”이라고 말했다.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경찰청에서 수사경과를 포기한 경찰은 1534명. 지난해(794명)보다 2배 가깝게 늘었다. 비(非)수사부서에서 계속 근무할 경우 수사경과 해제를 신청하도록 한 게 원인이라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설명대로라면 기껏 형사법 시험을 보고 수사경찰이 됐다가 더이상 안할테니 포기하겠다는 경찰이 이렇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형사법 시험 자체도 안보려는 추세다. 광주경찰청의 경우 올해 형사법 시험에 지원한 경찰관은 86명에 그쳤다. 지난해 147명에 견줘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전국적으로도 9257명이 응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8248명만 형사법 시험을 지원했다.
수사경찰로 지원하지도 않고 수사부서에 근무하던 경찰마저 탈출하는 ‘엑소더스’ 상황이다보니 광주경찰청 내 경찰서 수사부서 중 ‘경감’급 간부 경찰관이 맡아야할 팀장이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광주경찰청과 산하 4개 경찰서 중 경위가 팀장을 맡는 수사팀도 11개나 된다. 반면, 경감급이 맡는 파출소 팀장을 경위가 하는 곳은 전무하다.
◇“여력 안돼요”, 웬만한 수사는 지방청만?=수사 전문가들인 수사경찰이 부족하다보니 광주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건은 지방청이 도맡다시피하고 있다. 가뜩이나 복잡하고 얽힌 게 많은 사건들인데다, 인력도 한계를 보이면서 수사가 늘어지기 일쑤다.
광주경찰청 반부패수사대의 북구의회 의원들의 수의계약 비위의혹 수사는 지난해 9월부터 벌써 1년째 진행중이다.
반부패수사대는 여기에다 청연한방병원, 대리수술 의혹,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참사도 모두 맡고 있다. 전현직 공무원 부동산투기 사건, 기성용 부자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 양향자 의원 전직 보좌관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등도 반부패수사대가 진행했거나 수사중이다.
학동 붕괴참사와 관련한 재개발사업지 지분쪼개기도 맡았다. 비슷한 지산 1구역 재개발사업지 ‘지분쪼개기’ 사건은 관할지역인 광주동부경찰이 아닌, 광주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맡았다.
일선 경찰의 수사력이 미흡한 상황에서 지방청으로만 사건이 몰리는 구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경찰청은 이같은 점을 인식, 신규 경찰관을 육성하는 중앙경찰학교에서 예비 수사 경과를 부여하는 방안, 수서부서장의 추천을 통해 수사 경과를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 경찰은 “수사하려는 경찰관이 없다보니 아예 처음부터 수사경찰을 육성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일선 현장에 대한 개선 방안을 고려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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