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내과 의사의 따뜻한 영화 이야기’ 출간
암 투병 중 깨달은 ‘굿 닥터’…12년째 영화 속 의학 강의
정년 후에도 새내기들과 ‘좋은 의사’ 함께 고민하고 싶어
“의학 이론으로 ‘완전무장’했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게 아니에요. 후배 의료인들이 인문학을 겸비해 환자의 내면까지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마음 따뜻한 의료인이 되길 바랍니다.”
장경식(66) 조선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최근 책 ‘심장내과 의사의 따뜻한 영화 이야기-사랑은 기적입니다’(예지)를 펴냈다. 장 교수가 선정한 의학 관련 영화 43편을 보며 의사와 환자의 관계, 의사로서 올바른 자세 등을 고민하는 책이다. 책은 암, 유전적 질환, 비만, 식이요법, 생명윤리, 성소수자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됐다.
장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12년동안 조선대에서 ‘영화 속의 생명 이야기’ 강의를 해 왔으며, 강의 내용을 정리·압축해 책으로 펴냈다. 지난 2015년 출간한 ‘영화 속의 생명 이야기-냉철한 머리보다 뜨거운 가슴으로’의 후속편으로, 이번엔 의료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냈다.
“최근 새로운 학문 분야가 생겼어요. ‘영화의학교육’(Cinemeducation)이란 건데, 기존 이론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진료·수술 현장을 체험하는 것이죠. 무엇보다 환자 입장에서 의료 현장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장 교수가 영화의학교육 강의를 하게 된 데는 배경이 있다.
지난 2007년 장 교수는 간암 선고를 받았다. 당시 간암은 ‘6개월 시한부 인생’으로 불릴 만큼 악명높은 병이었으나, 장 교수는 꿋꿋이 암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았다. 암 투병 전후 장 교수의 생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21년 동안 세상을 의사 입장에서만 봐 오다가 처음으로 환자 입장에 서게 된 것이다.
“우리가 잘못 살고 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환자 입장에서 본 의사들은 다분히 물질주의적이었어요. 고대 히포크라테스부터 이어져 온 의료의 본질이 최근 돈 때문에 많이 옅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의사가 어떤 직업인지 전혀 모른 채 ‘공부 잘 하니까’, ‘돈 많이 버니까’ 의대로 진학한 학생들이 많은 게 증거죠.”
장 교수는 투병생활 도중 영화를 보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상당히 디테일하게 수술 현장을 설명해 주는 영화도 있었고, 좋은 의사와 나쁜 의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영화도 있었다. 이후 병세가 호전되자 그는 영화를 매개체로 의사·환자의 삶을 체험하고, ‘굿 닥터’가 되는 법을 고민하는 강의를 하기로 결심했다.
장 교수는 “앞으로 2년 뒤면 정년이지만, 학생들과 이어진 끈을 놓지 않고 교육을 계속하고 싶다”며 “현직 의료인부터 막 의대에 입학한 학생들까지, 함께 ‘의사란 어떤 사람인지’ 고민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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