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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울기자(그라운드 톡톡)

MZ세대의 유쾌한 도전…승패 떠나 올림픽 즐긴다

by 광주일보 2021.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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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아쉬운 패배에도 “재밌었다”
김우진 “어떻게 해피엔딩만 있겠나”
우상혁 “높이 날 수 있어 행복했다”
상대 선수 손 번쩍 들어주기도
팬데믹 시대 신선한 감동 선사

밝은 표정과 역동적인 제스처로 신선한 즐거움을 선물한 우상혁. <국제올림픽위원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체조 사상 첫 은메달 주인공이 탄생했다. 역사적인 메달이었지만 시상대에 선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은 침울했다.

그리고 그는 “정말 많이 고생했다. 1등을 목표로 했다. 선생님들에게 죄송하다”고 눈물을 흘렸다.

‘도마 황제’ 여홍철은 2차 시기 착지 실패로 러시아의 네모프에 0.031차로 뒤졌고, 금메달 소식을 전하지 못하게 되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25년이 지나 2020 도쿄올림픽에서 또 다른 역사적인 순간이 만들어졌다.

여홍철의 딸 여서정이 대를 이어 올림픽 무대에 섰고, 아빠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이라는 기술을 선보이며 1차 시기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2차 시기에서 아빠와 닮은 실수가 나왔다. 착지 과정에서 세 발이나 물러나면서 여서정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아쉬울 수 있는 실수였고 결과였지만, 여서정의 표정과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표정은 25년 전과 달랐다. 여서정은 메달의 기쁨에 어쩔 줄 몰라 했고 국민도 함께 웃었다.

1등이 최고의 가치가 되던 올림픽은 끝났다.

올림픽을 지켜보는 국민은 아름다운 도전과 과정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감동을 받고 있다. ‘요즘 선수’들도 올림픽 자체를 즐기면서 특별한 순간들을 선물해주고 있다.

 

김민정은 슛오프 접전 끝에 사격 여자 25m 권총 은메달을 기록했다.

 

경기 중반까지 1위를 달리다 동점을 허용하면서 전개된 슛오프. 김민정은 1점에 그치면서 4점을 쏜 상대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아쉬운 패배였지만 경기가 끝난 뒤 김민정은 “슛오프가 재미있었다. 은메달이 아쉽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아직 어리고 다음이 있다”고 웃었다.

남자 수영 100·200m에서 놀라운 질주를 펼친 황선우도 메달 실패의 아쉬움이 아니라 “기록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며 자신의 성과에 기뻐했다.

2회 연속 올림픽 전 종목 석권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양궁 대표팀의 김우진도 “아쉬움이 없을 순 없다. 최선을 다했다. 8점을 쏜 화살이 패인이지만 이미 내 손에서 떠났고 누가 쏴준 화살도 아니고 내가 쏜 화살이다”며 “결과는 아쉽지만 그게 또 삶이다. 어떻게 해피엔딩만 있겠냐”는 인터뷰로 깊은 울림을 줬다.

유도 73kg의 안창림도 “최선을 다했으니까 후회가 없다”며 스스로 박수를 보냈다.

재일교포 3세로 설움도 많았던 만큼 그의 바람은 일본에 애국가를 울리는 것이었다. 간절했던 꿈은 이루지 못 했지만 안창림은 최선을 다한 동메달과 함께 웃었다.

금메달을 눈 앞에 두고 결승에서 패했지만 유도 조구함은 자신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상대의 손을 번쩍 들어 축하해줬고, 태권도의 이다빈도 금메달을 가져간 상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축하의 인사를 보냈다.

그 장면을 지켜본 국민도 은메달의 아쉬움이 아닌 축하의 인사로 이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남자 높이 뛰기 우상혁의 웃음도 특별했다.

바를 넘기 전 환한 미소로 관계자들의 박수를 유도하며 눈길을 끈 우상혁은 말 그대로 올림픽을 즐기며 지켜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기쁨을 주었다.

한국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한국 높이뛰기 사상 첫 결승에 이어 4위까지 기록한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높이 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최고의 하루를 기록했다.

여자 농구 박지수도 3전 전패로 자신의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지만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많이 부족했지만 어릴 때부터 막연히 동경해왔던 스포츠인의 축제인 올림픽에서 뛸 수 있어 행복했다. 우리 여자농구 대표팀은 이번 시합을 통해 모두가 성장했고, 앞으로 더 나은 모습과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남겼다.

금빛 메달이 아니어도, 승리가 아니라도 괜찮다. 코로나19로 더 가슴 졸이며 더 많은 시간 땀을 흘렸던 ‘태극전사’들이 팬데믹 시대의 시름을 잊게 하는 감동과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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