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판결
A(여·48)씨는 지난 2019년 6월 남편의 바람을 의심해 자신의 집에 USB 형태의 녹음기를 설치하고 남편과 상대 여성 B씨의 대화내용을 두 차례 녹음했다. A씨는 이후 B씨에게 연락,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라고 요구했지만 관계는 계속됐다.
A씨는 B씨를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지만 B씨는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B씨의 부정행위를 입증할 증거로 가지고 있던 녹음파일을 지난해 4월 법원에 제출해 공개했다.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허락도 없이 자신의 집에 침입, 남편과의 부정행위에 가담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만큼 ‘무죄’ 주장을 펼쳤다. A씨는 자신의 집에 침입한 다른 사람의 범죄 행위를 확인하고 증거를 수집해 자신의 생명권, 혼인 유지와 가족생활 보장, 주거의 평온 등을 보호하기 위해 녹음기를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B씨가 침해당한 사생활 비밀의 자유보다 폭넓게 보호돼야 하는 만큼 ‘정당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게 A씨 주장이었다.
A씨 말대로 자신의 집에 허락없이 침입한 B씨와 남편 몰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까.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판사 정지선)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현행 통비법(14조 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감안, A씨 남편과 B씨 대화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로 A씨 집에서 이뤄진 대화 내용이 A씨 남편의 부정행위를 나타내는 것이라도 해당 녹음 행위는 통비법 위반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A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통신의 비밀과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데 A씨의 동기·목적만으로는 기본권 침해 목적이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 다른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다만, 재판부는 헌법상 보장되는 권리라도, B씨가 A씨 집에 침입해 A씨 남편과 대화한 사실은 A씨에 대한 민법상 ‘불법행위’라는 점을 참작해 징역 6개월, 자격정지 1년의 선고를 유예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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