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올림픽 풍경]
특수 기대했던 식당·호프집 울상
3단계 격상에 손님 발길 뚝 끊겨
배달 매출은 전달보다 47% 급증
양궁 안산 잇단 금 낭보에 ‘위안’
광주시 동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9)씨는 지난 22일부터 시작된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TV용 사운드바를 새로 구입했다. 4년 전만해도 올림픽 때 친구들과 술집 등에서 TV를 함께보며 야외 응원전을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모일 수 없는 만큼 집에서 보다 실감나게 즐겨야 겠다고 생각해서다.
김씨는 “예전처럼 올림픽을 즐기긴 어렵지만 퇴근 후 집에서 배달 음식 시켜놓고 편안하게 올림픽을 즐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례없는 코로나19 상황으로 광주지역 올림픽 관람 풍경도 바뀌었다. 식당·호프집, 대형 광장 등에서 흔히 이뤄졌던 단체 거리 응원전이 코로나 때문에 사라진 대신, 집에서 가족과 경기를 지켜보는 ‘거리두기 응원’이 대세로 자리잡았다.
이맘때면 응원을 위해 찾는 단체 손님들로 북적이던 음식점·호프집 등은 “코로나로 올림픽 특수조차 날라갔다”며 울상이다.
반면, 집에서 스포츠 경기를 즐기는 이른바 ‘집관족’으로 일부 배달업체와 가전업체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거리’ 응원전→‘거리두기’ 응원전으로=26일 광주여대에 따르면 학교측은 지난 24~25일과 오는 30일, 학교 체육관에서 모교 출신인 여자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의 단체 응원전을 추진했다가 취소했다. 안산 선수의 가족, 교직원, 학생 등 99명이 참석해 단체 응원을 벌이려다가 코로나 확산세에 여러 사람이 모여 응원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광주여대 뿐 아니라 올림픽 대표로 출전한 선수를 보유한 지역 공공기관 등도 예외는 아니다.
펜싱 선수로 올림픽에 나선 강영미(광주 서구청)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에뻬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로, 메달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예전 같으면 경기 상황을 지켜보며 단체 응원 등을 검토했겠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생각조차 않고 있다.
광주도시철도공사 소속 유도 여자 국가대표로 메달을 노리는 김성연도 관심을 갖고 지켜볼만한 경기로, 예년 올림픽 분위기라면 시청 문화광장, 전남대 후문, 상무지구 등에서 대규모 응원전도 검토됐을 것으로 체육계는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는 이같은 모습 대신, 집에서 TV로 응원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다.
직장인 이모(31)씨도 “지난 25일 우리지역 출신인 여자양궁 선수인 안산선수가 우리나라 첫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퇴근 후 재방송으로 다시 봤다”면서 “오는 30일 열리는 안 선수의 개인전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코로나 때문에 올림픽 특수도 날려”=한때 백신 접종자들이 늘어나고 8인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해지는 등 분위기가 다소 나아지면서 이추세라면 올림픽 특수를 기대해도 되겠다던 자영업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대형 식당과 호프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그나마 코로나 상황이 엄중해지면서 27일부터 3단계로 격상되면서 밤 10시 이후 영업이 불가능해지자 “정말 죽을 맛”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문행우 전남대후문 상인회장은 “전남대 상권의 중·대형매장 공실률이 20%를 넘어섰다”면서 “코로나 상황에 혹시나 하면서 이번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들은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을 모두 까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빔 프로젝트까지 준비했다는 수완지구 호프집 주인은 “올림픽 특수를 기대하고 적지 않은 투자를 했는데 찾는 손님이 전혀 없다”면서 “집합금지로 영업을 이어나가기도 막막한데 방역수칙도 3단계로 격상, 밤 10시 이후 문을 닫아야 하면 아예 폐업까지 고민해야 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코로나 틈새, 배달 특수=자택에서 경기를 시청하는 시민들로 배달 수요도 많아지고 있다.
광주지역에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40여개 이마트24 점포의 경우 이달 1일~23일 배달 매출이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동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는 “예년보다 올림픽 분위기가 덜하긴 해도 저녁시간에 매출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일단 재료를 넉넉하게 준비하고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올림픽 기간 집 등으로 친구·지인 등이 모여 술자리를 하면서 경기를 지켜보다 자칫 방역에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4차 대유행을 주도하는 델타 바이러스의 경우 가벼운 접촉에도 감염 우려가 높은 것으로 전해져 사적 모임 자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코로나19 민간전문지원단장을 맡고 있는 최진수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는 “친구와 지인들이 모여 올림픽 응원하면서 밥이나 술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는 마스크를 벗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될 우려가 매우 높다”며 “델타 바이러스의 경우 전염력이 워낙 높기 때문에 개인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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