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와 함께 국민청원 올리고 철저 수사 촉구
“거기가 어디라고 엄마보다 먼저가니….”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교생〈광주일보 7월 5일 6면〉의 친모 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자필 편지를 올리고 경찰의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위한 국민의 관심을 촉구했다. 유족들 입장에서는 괴롭힘 동영상과 학교폭력을 의심할만한 내용의 자녀 유서를 들고 경찰서를 찾아갔다가 “지금 상태로는 부족하니 증거를 더 가져오라”던 경찰 수사 행태를 접했던 만큼 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A씨는 지난 23일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중고차거래 사이트 보배드림에 ‘광주 학폭 피해자 엄마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먼저 간 아들에게 쓴 자필 편지를 올렸다.
편지는 A4 1장 분량이 안되는 짧은 내용이지만 더이상 아들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 아들을 향한 그리움 등을 느낄 수 있다.
A씨는 편지에 “아들아, 너를 품은 10개월은 정말 행복했어. 17년 하고도 6개월을 입히고 먹이고 키웠는데 거기가 어디라고 먼저가니”라고 썼다. 또 “니가 엄마한테 남긴 마지막 편지에서 그랬지? ‘일주일만 슬퍼하고 다음엔 웃고 다녀주라’고, ‘엄마 웃는게 좋다’고, 엄마가 그 부탁은 들어줄 수가 없어. 니가 너무 그립거든”이라고 적었다.
엄마는 “너 힘들게 했던 사람들 전부 혼내줄게. 다음에 우리 또 만나자, 그땐 엄마 곁에 오래 머물러줘”라며 편지를 맺었다.
A씨는 편지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청원 글에 대한 관심을 간곡히 호소했다. 한 달 내 20만명이 동의한 국민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 관계자나 관련 부처 장관 등이 공식 답변을 하는 만큼 동의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경찰 수사가 보다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겠냐는 게 유족들의 바람이다.
유족들은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미성년자인 점 등으로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닌 지 우려하고 있다. 학교폭력 신고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소극적인 경찰의 대응 방식을 접했던데다, 수사 과정에서도 진행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해 답답한 상황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휴대전화 속 메신저 대화 등 증거 인멸 우려가 있는데도 왜 확보를 하지 않고 있는 지, 11명의 가해 학생들 중 3명만 구속 영장을 신청하는 지 납득할만한 수사 상황도 전해듣지 못했다.
엄마의 글은 게시된 23일 이후 현재 3만명에 육박하는 누리꾼들이 읽었고 “철저히 조사 좀 했으면, 아이들이 무서워 학교 다니겠냐”,“학폭 이슈가 청와대 청원 단골 이슈인데, 국회에선 관련법 손 볼 생각도 안하고 답답하다”는 댓글과 빠른 수사,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동의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광주광산경찰은 26일 가해 학생으로 특정된 11명 중 범행 횟수, 가담 정도, 괴롭힘 피해 내용 등을 고려해 3명에 대한 구속 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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