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개정안 입법예고…학대·유기 처벌 강화
동물 장례업 등 법적 지위 규정할 시행책 뒤따라야 실효성 있을 것
그동안 법적으로 ‘물건’ 취급을 받았던 동물이 새로운 ‘제3의 지위’를 부여받아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 19일 입법예고를 했다. 법무부는 동물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고, 입법예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로써 그동안 동물이 법체계상 물건으로 취급받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 피해에 대한 배상이 충분하지 않았던 점과 유기동물에 대한 법적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 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동물학대 처벌 강화=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면서 생긴 가장 큰 문제가 동물학대이다.
타인에 의해 반려동물이 학대 당하거나 죽어도 피의자에게는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는데 그쳤었다. 자신이 키우는 동물을 학대하는 경우에는 동물보호법이 적용됐지만, 처벌수위가 낮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동물의 법적지위가 ‘물건’이기 때문에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임에도 처벌수위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광주에 사는 40대 A씨가 자신이 키우는 개가 ‘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옥상에서 목줄을 맨 채 난간 밖에 매달아 고통을 주는 학대 행위를 해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동일한 개에 대한 학대 행위로 이미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벌금형에 그쳤다.
이처럼 최근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사건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처벌은 여전히 미미하다는 지적이 계속됐었다.
19일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최근 10년간 동물보호법 위반 발생·검거·송치 현황을 보면 2010년 69건과 2011년 98건에서 2019년에는 914건으로 폭증했다. 2019년의 경우 송치된 인원은 973명이지만 구속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동물보호법 위반 시 징역 3년 이하 또는 벌금 300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후 동물학대 단독 혐의로 실형을 선고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고, 동물학대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도 없다.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쳤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동물은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중장기적으로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나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 수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동물에게 새로운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동물학대에 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작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재민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법체계와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법체계에선 근본적으로 동물학대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같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기동물도 감소될까?=광주에서 기르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하루 평균 11마리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증가하면서 동물유기도 덩달아 늘고 있는 것이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기준 광주시에 등록된 반려동물은 총 5만446마리이다. 광주지역 동물단체는 광주시 반려동물을 35만 7000마리 정도로 집계하고 있고, 이중 등록 수는 14.13%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의무적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등록제가 시행된 지 8년이 됐지만 실제 과태료 부과 조차도 전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동물단체들은 이번 민법 개정으로 동물 유기에 대한 강제와 처벌강화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있다. 그동안 동물은 물건으로 처리돼 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 종량제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했다. 동물을 매장할 경우 불법 폐기물 매립이 된 것이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보는 인식이 늘었기 때문에 동물 장례업·화장장 등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인 ‘가치보듬’의 조경 대표는 “동물등록법이 있지만 등록률은 10%대에 불과한 실정”이라면서 “동물 법적지위 개정이 이뤄짐에 따라 동물의 법적 지위를 규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행책들이 따라줘야 법 자체가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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