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도심 내리막길서 속도 못줄여
행인·차량 10여대 충돌 12명 사상
오전 8시 쓰레기 줍고 오던 노인들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다 변 당해
보행자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노인들이 갑자기 덮친 화물차량에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여수 도심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오던 카 캐리어(차량을 배송하는 화물차)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와 정차중인 차량들을 덮쳐 1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다.
20일 여수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께 여수시 광무동 한재사거리에서 카 캐리어차량이 횡단보도를 넘어 승용차 10여 대와 잇달아 충돌했다.
이 사고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행인 6명을 덮쳐 병원에 옮겨졌으나 A(80)씨와 B(72)씨, C(73)씨 등 3명이 숨졌다. 나머지 보행자 3명과 정차 차량운전자 6명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인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특히 횡단보도를 건너던 6명의 행인 중 A씨와 C씨를 포함한 4명이 여수시 서강동 노인 일자리 사업인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사업’ 공공근로에 나선 노인들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말부터 여수시 서강동 일대에서 잡초를 뽑거나 쓰레기를 줍는 미화 활동을 해왔다. 이 노인들은 상황에 따라 출근시간은 변동이 있지만, 한달에 10일(1일 3시간)을 일하고 월 27만 원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이날도 오전 8시부터 여수 전남병원 맞은편에서 쓰레기를 줍고 횡단보도를 건너 서강동 방향으로 이동하던 중에 변을 당했다.
횡단보도를 덮친 화물차량은 차량을 배송하는 카 캐리어 차량으로 3대의 소형차와 2대의 SUV를 싣고 한재터널에서 여수 도심 방향으로 운행중이었다. 편도 2차 선중 2차로로 내려오던 카 캐리어는 한재교차로 바로 전에 우회전 차선이 생기는 3차로로 차선을 변경했다. 이 차선에는 횡단보도 보행 신호 때문에 3대의 승용차가 우회전을 하기 위해 정차하고 있었지만, 카 캐리어는 내리막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한차례 크게 휘청하더니 앞에 정차된 차량을 모두 들이박고 횡반보도까지 덮친 후 건너편에 있던 차량까지 잇달아 추돌한 뒤 겨우 멈춰 섰다. 충돌 과정에서 카 캐리어에 적재된 SUV 차량 한 대가 횡단보도로 떨어지기도 했다.
카 캐리어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조작했지만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고 진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카 캐리어 운전자를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는 한편 진술을 토대로 차량 브레이크가 파열돼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여수시는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고 긴급 상황대책반을 가동하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전담 직원을 배치하고 가족과 연락을 취하는 한편 피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빈소 마련과 보험 등 희생자들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가족을 비롯해 피해자에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피해자 안내 및 지원 등을 충실하게 이행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여수=김창화 기자 ch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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