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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천기자

[소년, 어른이 되다] 역사가 된 7인의 청춘 분투기

by 광주일보 202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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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어른이 되다-설흔 지음

다음은 누구를 말하는가? 그는 868년 공부를 하기 위해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다. 당시 그의 나이 12세였다. 그렇다. 바로 최치원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그에 대한 기록은 이렇다. “최치원은 어려서부터 정밀하고 민첩했으며 학문을 좋아했다.” 결국 이 말은 그는 ‘문장으로 중화의 나라를 흔들었다’고 바꿔 말할 수 있다.

또 다음에 말하는 이는 누구일까? 그는 필생의 역작 ‘동국이상국집’이라는 문집을 펴냈다. 그러나 이전에는 번번이 과거에 실패했다. 과거에 합격한 이후로는 동기들 중 가장 오래 살았으며 높은 관직에도 올랐다. 바로 이규보다.

최치원이나 이규보나 공통점이 있다. 청춘의 시절, 적잖은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역사가 기억하는 그들은 당대 최고 학자, 문필가였지만 젊은 시절은 방황과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그들에게는 암흑의 기간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들 또한 오늘의 젊은이들 못지않은 시련과 고뇌를 겪어야 했다. 

역사 인물 7인의 청춘을 모티브로 그들의 삶을 조명한 ‘소년, 어른이 되다’는 그래서 의미 있는 책이다. 아무도 조망하지 않았던 청춘의 시기에 초점을 맞춰, 그들이 어두웠던 시간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우리 고전 읽는 법’, ‘추사에게 나를 지키는 법을 배우다’의 설흔이 저자로, 그동안 그는 역사 속 문장에서 모티브를 찾아 특유의 유려한 문체와 감성적 언어로 역사의 이면을 풀어왔다. 이번 책도 그 연장선이다. 

언급한 대로 저자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와 학자들의 소년 시절을 소환한다. 문장가 최치원, 대문호 이규보, 성리학의 거두 이황, 최다 장원급제 율곡, 풍운아 허균, 규장각 검서관 박제가, ‘열하일기’의 박지원…. 당대 내로라하는 문사와 학자들이다. 저자가 책을 쓴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국은 벽을 넘어서는 일이므로. 옛날 소년들이라고, 근본부터 잘난 소년이었다고 딴지를 걸 수도 있겠다. 예나 지금이나 벽은 여전하며, 잘났다는 건 결과론적 해석이라고 답하고 싶다. 성공한 소년의 삶은 영웅담으로 바뀌기 마련이기에. 긍정적으로 해석하자. 우리 앞에 선 소년들은 예비 영웅 후보들이다!”

책에 등장하는 소년들은 하나같이 높은 벽에 직면했다. 퇴계 이황은 30대 초반까지 학자와 관리의 기로에서 갈등해야 했으며 16세 때 모친을 사별한 이이는 19세에 속세를 떠나 금강산에 입산한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은 젊은 시절 죽음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10대에 아버지를, 20대에 형과 누나를 잃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잇따른 죽음과 그에 따른 슬픔을 이겨냈다고 생각했지만 가혹한 운명은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 “세상 이치에 대해 갖고 있던 허균의 생각을 뿌리째 뽑아버린 죽음이 또다시 이어졌다. 바로 아내와 아들의 죽음이었다.”

집안 형편이 몹시 가난했던 박제가는 서얼 출신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가 온전히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어머니의 고단한 삶을 어깨 너머로 보면서 그는 더더욱 공부에 진력한다. 저자는 박제가의 삶을 한마디로 ‘고고’(孤高)라고 평한다. 일반적인 고고는 세상일에 초연하여 고상한 것일 테지만, 박제가에게 고고는 “혼탁한 세상에서 홀로 고상할 때 필여적으로 따르는 결과”였을 테다. 문장과 학문을 이루기까지 견뎌야했을 그의 내적인 고통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반고와 사마천과 같은 글솜씨를 지녔다’고 평가 받았던 박지원은 극심한 강박증, 결벽증에 시달렸다. 명민한데다 모범적 지향이 강했던 그의 눈에 보통 사람들의 행동은 눈에 차지 않았을 터였다. 그는 세상과 불화했지만 ‘열하일기’라는 시대를 초월한 저서를 남겼다.

저자는 이처럼 역사 속 인물들의 청춘을 소환해 그들이 감내해야 했던 젊은 시절의 고통과 상실, 슬픔과 아픔을 펼쳐낸다. 그러면서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벽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그것은 오늘의 소년들, 오늘의 청춘들이 어른이 되는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위즈덤하우스·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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