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탁장한 지음
“저널리즘에 노출되는 빈곤의 모습도 실제 빈민이 처한 상태를 사실적으로 가감 없이 보여준다기보다는 치열한 경합을 거치며 생존한 서사일 것이다. 미디어로 생성되는 가난에 대한 인식은 그 서사에 걸려 있는 특정한 이해(利害) 관계에 밑바탕을 둔 이해(理解)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발생하는 사실에 대해 의도적 선택과 배제를 거치면서 미디어가 만들어 내는 서사는 주어진 사안을 대중이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에 기초적 자료가 된다.”
요즘 핫이슈가 되는 단어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아마 ‘부동산’일 것이다. 벼락거지, 영끌, 도시빈민 등과 같은 말들이 일상화가 될 만큼 집(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실패한 정책을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일 만큼, 주거 공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은 사뭇 치열하고 논쟁적이다.
빈부격차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양상이다. 탁장한은 쪽방촌 사람들에 대한 견고한 애착을 견지하는 연구자다. ‘빈곤에 저항하는 그리스도교’의 저자이기도 한 그가 이번에 펴낸 ‘누가 빈곤의 도시를 만드는가’라는 책은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쪽방촌, 특히 주거에 대한 문제는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집중적으로 환기됐다. 빈곤에 대한 강렬한 서사는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었고, 폭주 중인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반성적 여론이 형성됐다.
쪽방촌은 빈곤의 도시, 아니 빈부격차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이다. 이곳은 고도 자본주의의 마천루 사이에 끼여 있는, 어찌 보면 모순적인 풍경과도 같은 곳이다. 책에는 빈곤의 도시에 사는 사람들, 소유한 사람들, 빈곤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다면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내용들이 담겨 있다.
저자는 그동안 쪽방촌에 대한 지배적인 기억은 ‘가난의 상징’이었으며, 이를 우리 사회가 소비해왔다고 본다. 선거철마다 정치인들이 민생탐방을 명문으로 찾아와 위로를 건네는 연출을 했다. 연말이면 대기업 임원들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일회성 봉사와 아울러 물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또 어떤 이들은 ‘빈자의 미학’으로, 각박한 세상의 사람 냄새 나는 공동체로 환기한다.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가난하고 열악하고 불쌍하지만, 반면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곳’이라는 수사가 바로 그것이다.
반면 부정적인 존재로 쪽방촌을 바라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복지병’에 걸린 무례한 존재라는 냉소적 시각이 그러한 예다. 더러 철거민은 구조적 희생양이라는 시각보다는 ‘뗏법’을 스는 집단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저자는 “200년 용산 참사 당시, 남일당 화재의 결정적 원인이 불명확함에도 그것이 경찰특공대의 잔혹하고 무리한 진압보다는 오로지 철거민들이 던진 화영병 때문이었다는 취재 내용이 연일 보도되었다”고 부연한다.
오늘의 시대 빈곤의 도시는 동정의 대상이다. 동시에 혹여 자신도 저렇게 될 수 있을지 모르는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저자는 쪽방촌 공간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불도저식 잣대에 쉬이 복종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관점을 취한다. 그러면서 “엄연한 도시의 시민으로서 이곳의 세입자들이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자기들의 동네와 생태계를 잃지 않고 지켜 내기를” 희원하기도 한다. <필요한책·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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